“치솟는 제왕절개율…아기 면역력 높이려면?”

질분비액 심기, 아기 알레르기 천식 예방에 좋지만 감염 우려 없애야…‘6개월 모유 수유’가 최선?

출산율 저하 속에서도 제왕절개 분만율은 치솟고 있다. 제왕절개 신생아에게는 ‘박테리아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보건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38.7%였으나 2018년 47.3%, 2022년 61.7%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젠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수준의 약 4배나 된다.

제왕절개는 출산에 혁명을 일으켰다. 산모와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 때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여기엔 새로운 문제가 뒤따랐다. 자연분만(질식분만) 과정에서는 아기가 산모의 산도에서 다양한 박테리아를 만나며, 이는 몸의 고유한 미생물 군집의 중요한 시작이 된다.

그러나 제왕절개 분만에선 이 과정이 생략된다. 신생아에게 ‘박테리아 불균형’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아기의 미생물 군집을 유익한 박테리아로 채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관심을 끈 ‘질분비액 심기(vaginal seeding)’다.

이들 나라의 일부 산부인과병원에선 제왕절개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면봉으로 채취한 산모의 질 분비물을 발라주는 ‘질분비액 심기’ 시술이 새로운 관행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시술은 제왕절개 후 산모의 질액에 적신 면봉을 아기의 입, 얼굴, 몸에 문질러 미생물군집에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자연 분만 때 아이가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것을 모방한다. 미국 중국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시술은 신생아의 알레르기, 천식 등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의대 호세 클레멘테 부교수(산부인과)는 “질분비액 심기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초기 단계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와의 인터뷰에서다. 이 시술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장기간의 관찰 연구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이 시술을 받은 아기의 발달을 꾸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질분비액 심기’ 시술 과정에서 신생아가 산모의 유해한 병원균에 감염될 우려를 없애야 한다. 아기의 미생물군집을 유익한 박테리아로 채우려는 의도에 못지 않게 안전성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산부인과의사협회(ACOG)는 연구 목적이 아니면 ‘질분비액 심기’ 시술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산모가 굳이 시술을 하겠다고 하면 감염병에 대한 검사를 엄격하게 실시하고 철저한 상담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 형성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산부인과 의사로 ACOG 회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잔 박사는 “생후 6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하는 게 출생 시 산모의 질내 세균총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모유와 젖꼭지의 박테리아는 자연스럽게 아기의 장에 씨앗을 뿌린다. 잔 박사는 “분만 방식에 따라 유아의 초기 장내 미생물에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약 6개월이 지나면 이런 차이는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사이나이 아이칸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세포숙주와 미생물(Cell Host & Microbe)》에 발표한 연구 결과(2023년 6월)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한 ‘질 분비물 심기’는 아기의 장내 미생물을 빠르게 성숙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생아는 생후 6개월에 초기 신경발달 이정표에서 다른 신생아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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