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병’ 통풍은 쉽게 낫는 병이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痛風, Gout). 너무나도 극심한 통증을 견딜 수가 없어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곤 한다.

통풍은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이라 불린다. 과거에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했기 때문인데, 요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매우 흔한 병이 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풍의 세계적인 유병률은 1~4% 정도로,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여성에게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통풍성 관절염 환자 90%는 남성이다. 주로 50~60대 남성에 많지만, 최근엔 젊은층에서도 많아졌다 [1].

서구화된 육식 위주 식습관과 ‘저탄고지’(低炭高脂, 저탄수화물과 고지방) 다이어트,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과도 관련이 있다.

단백질은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하루 필요량을 초과해서 섭취한 단백질은 몸에 저장이 안 되기에 간에서 분해한 후 그 찌꺼기는 신장을 통해 배출한다. 단백질을 분해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암모니아는 독성이 매우 강하므로, 간에서는 암모니아를 독성이 낮은 요소(urea)나 요산(uric acid)의 형태로 바꾼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요산이 과도하게 많아지고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끼리 엉겨 붙으며 바늘 모양 요산결정체(uric acid crystal)가 생성된다. 이것이 관절이나 관절 주변 조직에 쌓이면 면역반응 때문에 염증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데 그 병이 바로 통풍이다 [2].

필자는 정형외과 의사라 통풍 환자도 많이 보았지만, 본인도 한때 당뇨 치료를 위해 당지수가 낮은 음식(e.g. 고기, 생선, 우유, 계란)을 주로 먹는 식사를 하다 통풍에 걸려 본 적이 있어 그 불편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물론 그 일로 영양학 공부를 깊이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채식으로 전환하면서 당뇨와 통풍이 다 완치되었다.

통풍의 발생 위치는 엄지발가락이 가장 흔하고 그 외 발목, 무릎, 팔꿈치, 손가락에도 생긴다. 적절한 치료가 안 되어 만성 통풍으로 가는 경우, 요산결정체가 점점 더 커지고 덩어리 형태의 통풍결절(tophi)이 되면서 관절에 변형이 생긴다.

손가락에 생긴 통풍 결절. [사진=송무호 제공]
보존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는, 하얀 분필 가루처럼 관절에 들러붙은 요산결정체를 수술로 긁어내기도 한다.

무릎 관절에 생긴 통풍 내시경 소견. 흰색 요산결정체가 연골에 박혀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송무호 제공]
우리 몸에 요산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purine)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인 고단백 식품을 먹는 것이다.

퓨린이란 세포 안에 들어있는 유전 물질인 DNA 및 RNA의 구성 성분. 다양한 식품에 들어있으나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해산물 등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있다. 이런 식품들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요산 수치를 올리기에 통풍이 잘 생긴다 [3, 4].

술도 통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섭취한 알코올 대부분은 상부 소장에서 흡수되고 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된 후 분해된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수분이 많이 소모되며, 또한 알코올은 뇌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ADH, anti-diuretic hormone) 분비를 억제해 이뇨작용을 하기에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면서 한시적인 탈수 상태가 된다.

신체에 수분량이 적어지면 이미 요산 농도가 높은 사람들은 요산의 결정화가 쉽게 되면서 통풍 증상이 야기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침에 통풍이 잘 발생한다.

술의 종류에 따라 위험도는 다르다. 맥주는 통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malt)에 퓨린이 많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증류주가 관계가 있고, 와인은 크게 관계가 없다고 한다 [5].

하지만 맥주뿐만 아니라 증류주나 와인도 기본량 이상을 마시면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니 과음하지 않는 게 좋다 [6, 7].

특히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열풍은 통풍 발작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단백 식품인 닭튀김에 퓨린이 많이 함유된 맥주를 함께 마시니 통풍 환자에겐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치맥이 유행하는 여름철, 통풍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하지만 채소, 통곡물, 견과류, 콩 등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에는 통풍 원인 물질인 퓨린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통풍 발생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통풍 발생을 예방한다 [8, 9, 10].

그 이유는 식물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이 장내 요산과 결합하여 대변으로 배설되고, 채식으로 알칼리화된 소변이 요산 배출을 촉진한다. 거기다 비타민C 등 항산화 성분들이 염증 발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11.12].

통풍,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데…

병원들은 통풍 환자가 오면 각종 약(소염진통제+스테로이드)으로 통증은 비교적 쉽게 잡는다. 하지만 근본치료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통풍은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며 약만 반복해서 처방한다.

환자들도 통증만 없어지면 근본치료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재발 방지를 위한 약만을 원한다.

그러나 급성 통풍 발작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항염증제 ‘콜키신’은 효과적인 약이지만 면역 억제제라 장기간 먹으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13].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으로는 요산 생성 억제제 알로퓨리놀(상품명 ‘자이로릭’), 페북소스타트(상품명 ‘페브릭’)를 주로 사용하고, 요산 배출 촉진제로 프로베네시드, 벤즈브로마론(상품명 ‘유리논’) 등이 있으나 이들 또한 심혈관계 사망, 간기능 손상, 신장 결석, 피부 발진 등 여러 부작용이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14, 15].

통풍약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인 염증을 없애 통증은 잡지만, 요산결정체를 없애지는 못하기에 서서히 관절이 파괴된다. 따라서 약으로 통풍을 치료하려는 것은 마치 불이 나서 사이렌이 울리는데 불 끌 생각은 안 하고 시끄럽다며 사이렌만 꺼버리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처음에 아플 때는 너무 고통스러워 이 병의 원인이 뭐든 다 뜯어고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약을 먹고 통증이 없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통풍을 유발했던 나쁜 생활습관으로 다시 돌아간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도 나쁜 생활습관으로 생기는 병이지만, 통풍이야말로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따라서 통풍은 생활습관만 바꾸면 치료된다. 요산을 증가시키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몸에 쌓인 요산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완치가 가능해진다 [16, 17, 18].

통풍은 치료하기 너무 쉬운 병이다. 약 먹을 필요 없이 음식만 바꾸면 된다. 400년 전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말한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옳았다. 음식이 곧 약이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JW Kim, SG Kwak, H Lee, et al. Prevalence and incidence of gout in Korea: data from the national health claims database 2007–2015. Rheumatol Int 2017;37:1499-1506.
2. G Ragab, M Elshahaly, T Bardin. Gout: An old disease in new perspective-A review. Journal of advanced research 2017;8:495-511.
3. HK Choi, K Atkinson, EW Karlson, et al. Purine-rich foods, dairy and protein intake, and the risk of gout in men. N Engl J Med 2004;350:1093-1103.
4. Y Zhang, C Chen, H Choi, et al. Purine-rich foods intake and recurrent gout attacks.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2012;71:1448-1453.
5. HK Choi, K Atkinson, EW Karlson, et al. Alcohol intake and risk of incident gout in men: a prospective study. The Lancet 2004;363:1277-1281.
6. T Neogi, C Chen, J Niu, et al. Alcohol quantity and type on risk of recurrent gout attacks: an internet-based case-crossover study. The American Journalof Medicine 2014;127:311-318.
7. JB Jun, YI Na, HJ Kim, et al. Measurement of purine contents in Korean alcoholic beverages. J Korean Rheum Assoc 2010;17:368-375.
8. KD Torralba, E De Jesus, S Rachabattula. The interplay between diet, urate transporters and the risk for gout and hyperuricemia: current and future direc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Rheumatic Diseases 2012;15:499-506.
9. B Jakše, B Jakše, M Pajek, J Pajek. Uric acid and plant-based nutrition. Nutrients 2019;11:1736.
10. THT Chiu, CH Liu, CC Chang, et al. Vegetarian diet and risk of gout in two separate prospective cohort studies. Clinical Nutrition 2020;39:837-844.
11. M Zhang, H Chang, Y Gao, et al. Major dietary patterns and risk of asymptomatic hyperuricemia in Chinese adults. J Nutr Sci Vitaminol 2012;58:339-345.
12. A Kanbara, Y Miura, H Hyogo, et al. Effect of urine pH changed by dietary intervention on uric acid clearance mechanism of pH-dependent excretion of urinary uric acid. Nutrition journal 2012;11:39.
13. Y Finkelstein, SE Aks, JR Hutson, et al. Colchicine poisoning: the dark side of an ancient drug. Clinical Toxicology 2010;48:407-414.
14. MH Pillinger, BF Mandell. Therapeutic approaches in the treatment of gout. Seminars in Arthritis and Rheumatism 2020;50(3):S24-S30.
15. 메디소비자뉴스 https://www.medisobiz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749
16. C Yokose, N McCormick, HK Choi. Dietary and Lifestyle-Centered approach in gout care and prevention. Current Rheumatology Reports 2021;https://doi.org/10.1007/s11926-021-01020-y.
17. SK Rai, TT Fung, N Lu, et al. The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 diet, Western diet, and risk of gout in men: prospective cohort study. BMJ 2017;357:j1794.
18. YF Yen, YJ Lai, LF Hsu, et al. Association between vegetarian diet and gouty arthritis: a retrospective cohort study. Nutrition, Metabolism and Cardiovascular Diseases 2023;33(10):1923-1931.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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