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두창’ 콩코민주공화국서 최대 규모 발병…재확산 되나?

국제사회 백신 지원 절실한 상황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민주콩고를 여행한 사람들에게 M두창 바이러스로 인한 발진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다가 지난해부터 국제적 유행병이 된 M두창이 다시 중앙아프리카 콩코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대규모로 발병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이 부족한데다 이 병이 동성애남성 사이에서만 퍼진다는 낙인효과로 인해 세계적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 민주콩고를 여행한 사람들에게 M두창 바이러스로 인한 발진을 주의하라고 경고했으며 7일에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별도의 경고를 내보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민주콩고에서 올해 약 1만3000건의 의심 사례와 581명의 의심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급증세를 기록했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발병이 시작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보건 당국은 작년에 국제 및 미국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된 바이러스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HO는 콩고의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2022년 이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두창은 지난해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전 세계적으로 9만2000명 이상이 감염됐다. 대부분 남성 간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됐다. 보건 당국은 남성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축제 및 기타 대규모 행사에서 국제적인 확산을 추적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병 사례가 상대적 위험성이 떨어지는 ‘클레이드 2b’ 바이러스군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WHO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세계에서 M두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67명이다. 치료받지 않은 HIV 감염자가 M두창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진다.

콩고의 발병을 연구하고 있는 캐나다 매니토바대 맥스레이디의대의 제이슨 킨드라척 교수(미생물학 및 전염병)는 “M두창의 이야기는 지난해 끝난 게 아니다”라며 “풍토병 발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50년에 걸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콩고 정부는 최소 20건 이상의 성관계로 인한 클레이드 1형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했다. 클레이드 1형은 지난해 국제적으로 전파된 클레이드 2b형 보다 치사율이 더 높다. M두창 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들에서 여러 건의 집단 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남성 동성애와 연관성이 없는 사례와 과거 M두창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는 민주콩고 동부 지방의 성 노동자 20명이 포함된 집단 감염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성관계가 M두창 바이러스 전파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드는 방식임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수십 년 동안 바이러스가 퍼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성적 접촉이 아닌 방식이 대부분의 감염을 차지했었다.

민주콩고에서 올해 M두창 발병 건수는 이전 최고치였던 2020년의 6216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광범위한 확산에 성관계가 얼마만큼의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WHO에 따르면 양성반응의 비율이 3건을 검사하면 2건이 나올 정도로 높다고 한다. 공식 집계보다 바이러스가 더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높은 비율이다. 수도 킨샤사와 같은 도시 지역과 국경지대처럼 과거엔 감염이 보고되지 않던 지역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킨샤샤에서 만난 WHO의 M두창 기술 책임자인 로자먼드 루이스 박사는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기술된 성병 발병이 원천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는 (지난해 국제적으로 전파됐던) 클레이드 2형이 순환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더 광범위하게 순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성관계를 통한 클레이드 1형의 발병이 민주콩고 국외에서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루이스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성 노동자의 높은 이동성 때문에 접경 국가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CDC는 올해 미국 내 150건의 M두창 사례에 대한 샘플조사 결과 클레이드 1형에 속하는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CDC는 거듭된 인터뷰 요청은 거절하는 대신 “미국에 대한 예상되는 위험은 낮다”며 발병사례가 있다면 주로 민주콩고를 여행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로운 발진이나 설명할 수 없는 발진이 발생한 사람은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최근 콩고에 다녀왔다고 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질병 조사관들은 콩고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후 유럽에서 클레이드 1형 M두창 감염 판정을 받은 남성에 의한 집단감염 경로를 추적했다. 지난 주 CDC 학술지 《신종 전염병(EID)》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후 콩고로 여행을 떠났고, 한 여성을 포함해 현지 섹스 파트너 3명은 나중에 M두창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한 동성애클럽도 방문했는데 콩고의 동성애클럽 회원 중 일부는 중앙아프리카와 유럽의 다른 동성애 클럽을 자주 방문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 보건학계는 2019년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M두창의 비정상적인 성적 전파를 기록한 보고서를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그 결과 3년 뒤 국제사회에선 거의 발생하지 않던 M두창이 지구촌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경악하며 지켜봐야 했다.

전문가들은 치명적 세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M두창 백신 접종을 지원하면 된다는 것. 올해 콩고의 M두창 사망률은 전체적으로 5%를 기록했지만, 일반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사망률은 더 낮다.

미국은 M두창 백신인 ‘지니오스(Jynneos)’를 잔뜩 쌓아 두고 있지만 이를 접종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몇 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M두창이 풍토병인 아프리카에서 이 백신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미국 예일대의 그레그 곤살베스 교수(역학)은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말했다. 지니오스를 생산하는 덴마크 생명공학기업 바이에른 노르딕 측은 지난 2년 동안 지니오스 구매를 위해 접촉한 아프리카 국가가 단 한곳도 없었다면서 심지어 이를 지원하려고 해도 이 백신에 대해 사용인가를 내준 국가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선 동성애 및 양성애가 금기시되거나 범죄 취급을 받기 때문에 M두창의 낙인효과가 더 크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애틀라타에서 M두창 치료법을 교육받은 카메룬의 의사인 보구마 카비젠 티탄지 박사는 “동성애자는 주홍글씨와 같기 때문에 지역사회 보호를 위한 예방 교육과 지원 확보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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