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자도 기억 뒤틀릴 수 있다”

수면, 기억력 높이기도 하는 등 복잡한 역할

숙면을 취하는 것이 기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뇌가 완전히 잘못된 기억을 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과거의 일을 잊어버리거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으로 잘못 기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는 데는 잠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숙면을 취하는 것이 기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뇌가 완전히 잘못된 기억을 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사물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기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요크대 연구진은 488명의 참가자에게 단어 목록을 보게 한 뒤 12시간이 지난 후 얼마나 기억하는지 테스트했다. 일부 참가자는 12시간 동안 잠을 자도록 했다. 12시간 후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적도록 했다.

연구 결과 12시간 동안 잠을 잔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보다 목록에 있는 단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연구진은 “수면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수십 년간의 증거에 부합하는 결과”라며 “수면이 기억에 복잡한 역할을 하며, 기억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기억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을 잔 사람들은 실제 목록에 없는 데도 목록에서 봤다고 제시한 단어 수에서도 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이들 단어는 목록에서 제시된 단어들과 관련성이 높은 단어들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제시된 단어 목록은 이른바 ‘의미적 거짓 기억’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간호사, 병원, 아픈, 약이라는 단어를 본 참가자들은 의사라는 단어가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의사라는 단어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잘못된 기억은 인간이 종종 요점 인코딩(핵심 의미는 기억하지만 반드시 정확한 세부 사항은 기억하지 않는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는 서로 연관돼 저장되기 때문에 의료 관련 단어를 보면 자동으로 의사라는 단어가 활성화돼 참가자들이 이 단어를 전에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래의 사건은 과거의 사건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므로, 완벽한 세부적인 표현보다는 요점과 같은 표현이 실제로 더 유용할 수 있다”며 “따라서 수면은 우리가 기억을 요점과 같은 방식으로 저장해 미래의 상호 작용에 더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참가자들이 목록을 기억하는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으며 두 그룹 모두 저녁에 더 많은 부정확하고 관련 없는 단어를 제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저녁에 자유 회상을 하면 제시된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를 더 많이 제시하는 예상치 못한 시간대 효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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