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죄책감 갖는 소아 아토피피부염, 경험담에 의존 말고…”

[Voice of Academy 4-인터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김현희 이사장

김현희 이사장은 “알레르기질환이 난치병에서 관리 가능한 병으로 바뀌었다”며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의정부성모병원]
“알레르기질환과의 전쟁에서 고성능 신무기가 잇달아 나와 이제 아토피피부염 아기는 통잠을 잘 수 있다. 청소년 환자는 골방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 부모들, 눈물 흘리며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신무기를 다룰 전사(戰士)가 격감하고 있어….”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김현희 이사장(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새 개념의 신약이 알레르기질환 치료에 빛을 비추고 있고 학회의 적극적 교육프로그램으로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이전에 잘 치료되지 않는 환자들까지 증세를 개선시키고 있다”면서 “알레르기질환이 난치병에서 관리 가능한 병으로 자리를 바꿨다”고 환하게 소개했다.

“소아알레르기질환, 이젠 관리 가능”

김 이사장은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격감하는 데다가 의사의 노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의료시스템 탓에 아이들의 알레르기 질환을 다루는 의사가 없어질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알레르기질환 때문에 아기는 잠을 못자고, 청소년은 골방에서 안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알레르기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알레르기는 그리스어 ‘allos’가 어원인데 ‘변형된 것’을 뜻한다. 신체가 이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 식품알레르기 등이 해당한다. 환자가 이들 병을 차례로 겪어서 ‘알레르기 행진’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잠을 제대로 못자고 피부가 상해서 사람들 만나는 것을 피하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특정 음식을 못 먹거나 외부 활동을 못해서 성장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아토피가 한가족 전체를 우울하게 하는 집도 적지 않다. 최근엔 그 근심어린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알레르기질환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다. 왜 그런가?

“각종 조사에서 아토피피부염과 천식은 급증하다가 최근 증가세가 주춤한데, 출산율 저하와 관계 있는 듯하다. 알레르기 비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릴 적 비염이 어른까지 이어지고, 악화되기도 한다.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첫째,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모유 대신 분유나 우유를 먹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항원-항체 반응을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식생활의 변화로 가공식품을 먹으면서 면역계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셋째, 따뜻하고 밀폐된 아파트 환경이 집먼지진드기의 서식을 쉽게 하고 있어서다. 집안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공기 중의 미세먼지는 특히 천식을 악화시킨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뛰어노는 대신 학원에서 성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면역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인-증세 개인별로 다양…’카더라 통신’ 조심

-음… 알레르기질환 발병의 대부분은 부모가 어쩔 수 없다는 말씀 같다.

“지금으로선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적절한 치료로 알레르기질환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학회는 국민에게 이를 계속 알리고 있고, 덕분에 많은 환자들이 예전보다 고통을 덜 겪고 있지만, 아직 그늘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인식의 변화와 적절한 치료를 분리해서 말씀하셨는데, 치료와 구분되는 인식 변화로만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아주! 알레르기질환의 원인과 증상은 개인별로 아주 다양하며 특정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일으키는 물질, 즉 알로겐을 무조건 멀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계란, 우유를 무조건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어도 적절한 방법으로 언젠가부터 먹을 수 있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독감 백신을 맞으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달걀을 먹으면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때만 의사와 상의해 대책을 세우면 된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과 증세는 아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어떤 부모는 인터넷에서 본 정보나 주위 사람의 경험담에 맹목적으로 따르려고 하는데, 주치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맞춤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다.”

-최근, 새 차원의 신약이 나와서 의사가 아기를 치유할 방법이 개선됐다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

“아토피피부염의 예를 들면, 10여년 전만 해도 증세 완화가 주치료법이었고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제, 칼시뉴린 억제제 등으로 염증을 다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다가 프랑스 사노피가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인터루킨-4와 12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듀피젠트를 개발하면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영역에 지각 변동이 생겼다. 이 약의 등장은 면역 반응 조절이 우선이냐, 피부 장벽 문제 해결이 우선이냐의 논쟁을 잠재웠다. 주사 부위 발적이나 결막염 등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이어서 레오파마의 아드트랄자, 릴리의 레브리키주맙 등 또다른 인터루킨 억제제가 잇달아 나왔으며 애브비의 린버크, 화이자의 젤잔즈 등 면역과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JAK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들도 ‘아토피피부염과의 전장’에 나왔다. 다만, 현재 이들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너무 좁은데, 중증 아토피피부염이 환자와 가족의 정신 영역까지 허문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적기에 혜택이 가기를 바란다.”

“치료제 늘었지만, 치료할 의사는 감소”

-그러나 아직 주위의 적지 않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을 찾아 헤매다가 자녀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갈수록 그런 환자는 줄어드는 듯하지만 여전히 있다. 핵심은 주치의에 대한 신뢰와 치료과정에서의 인내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는 회원 의사들이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도록 도와주고 있으므로 주치의를 믿고 자녀의 건강을 맡기는 것이 우선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증세가 가벼우면 보습제를 제대로 바르고,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피부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는 땀을 바로 닦아주는 것 등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증세가 좀 더 심하면 국소 스테로이드, 칼시뉴린 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등 면역억제제를 환자에 맞춰 사용하며 이 약으로도 조절이 안되면 생물학적 제제를 비롯한 신약을 사용한다. 어떤 환자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무조건 나쁘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먹는 약을 오래 먹으면 문제 생길 수 있지만 의사의 판단에 따라 국소요법으로 바르거나 뿌리거나 흡입하는 것은 안전하다. ‘카더라 박사’보다 주치의를 믿고 잘 따르기를 권한다.”

김 이사장은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진다고 약을 끊으면 안된다. 알레르기질환은 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시 재발하기 때문”이라면서 “인내를 갖고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알레르기질환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라톤에 피니시라인이 있듯, 알레르기 질환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소아 알레르기질환을 치유하는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체의 지원자 격감이 가장 가장 큰 원인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알레르기질환은 원인, 증세, 치료법이 각양각색이어서 진단과 상담, 치료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는데 건강보험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극소수 보호자들은 ‘카더라 전문가’의 말을 내세우며 자녀의 건강을 책임질 주치의를 몰아세운다. 지금까지는 의사들이 증세가 좋아지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는 보람으로 일하고 있지만, 젊은 의사들에게 가치로만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걸 보여주듯, 각 병원에서 전임의를 확보하는 게 또 다른 전투다. 좋은 치료제는 계속 나오지만 그것을 다룰 의사들은 격감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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