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죽은 고양이 500구” … ‘동물 저장’하는 심리, 왜?

동물저장강박증, 애니멀호더...정신장애로 분류, 공중위생보건 문제 일으켜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A씨의 집 냉장고에서 발견됐던 고양이 사체들. 애니멀호딩은 정신적장애의 한 분류다. [사진=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지난 주 충남 천안시 봉명동의 한 가정집에서 고양이 사체 500여 마리가 발견됐다. 동행정복지센터에 60대 여성의 동물저장강박증(애니멀호딩)행위가 의심된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즉시 현장을 방문했으며, 냉장고와 옷장 등 집안 곳곳에서 500여 마리의 고양이 사체를 발견했다. 집안 내부에는 고양이 사체가 30㎝부터 1m까지 쌓였고, 고양이 배설물과 사체 등이 곳곳에 엉겨붙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여성 A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A씨는 4년 전 남편과 길고양이를 상대로 밥을 주다 20여 마리를 구조해 길렀으며, 남편과 사별한 뒤부터는 더 많이 고양이를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물로 가득 차는 집안…사람·동물 모두 심각한 질병 걸릴 수도 

애니멀호딩은 일종의 정신장애로 분류되며 노아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경에서 대홍수가 발생하자, 거대한 배를 만들고 수많은 동물을 모은 성서의 인물 노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의 아만다 라이니쉬 박사는 2008년 발표한 ‘애니멀호더의 인간적 측면의 이해(Understanding the human aspects of animal hoarding)’라는 논문을 통해 애니멀호더의 특징을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본적인 영양, 위생, 수의치료 제공 안됨 △ 동물의 건강 악화 상태(질병, 기아 또는 사망 포함)와 환경(심각한 과밀, 매우 불결한 조건)에 대응하지 못함 △동물 수집이 동물은 물론 본인 및 가족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지 못함 등이 애니멀호딩의 특징이다.

해외에서 애니멀호딩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부각됐다. 1990년대 말 미국 터프츠 대학 동물 및 공공 정책 센터의 책임자인 게리 파트로넥(Gary Patronek)교수는 연구를 통해 애니멀호딩의 전형적인 특징을 밝혀내기도 했다.

호딩의 주대상은 주로 고양이와 개였다. 연구에 따르면 호더 54명 중 76%가 여성이었고, 거의 50%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미만은 11%에 불과했다. 아주 드물게 자녀가 있는 가정에 사는 애니멀호더 사례도 기록됐는데, 이들 중 70% 이상이 혼자 살거나 사별하거나 이혼한 사람들이었다. 

호딩은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동물저장강박증을 가진 이들의 주택은 대부분 불결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의 배설물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배설물로 인한 높은 농도의 암모니아는 눈과 호흡기 자극을 주어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2000건의 새로운 애니멀 호딩 사례가 확인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위생, 법 집행 기관, 동물 구조 기관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는 법이 개정되면서 애니멀 호더가 ‘처벌’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동물 학대 관련 규정을 일부 개정해 ‘동물 학대’의 범위를 유기·유실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까지 넓힌 덕분이다.

잦은 기분장애나 불안장애 동반하는 경우 많아  

미국정신과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 따르면 애니멀 호딩을 하는 이들은 미국 성인 인구의 2~5% 정도다.

미국 정신과협회에서 발간하는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V)에 따르면 애니멀호딩처럼 축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약 75%가 기분 장애나 불안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일부 임상 의사들은  이처럼 쌓아놓는 이른바 비축 행동이 망상 장애, 주요 우울 장애, 사회 불안 장애 및 일반 불안 장애와 같은 강박 및 관련 장애의 증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에 대한 부적응적인 대처 반응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애너멀호더에게 정신건강치료가 제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발각된 뒤에 기르던 동물을 빼앗기더라도 다른 동물 축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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