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던 파킨슨병 환자…척추에 ‘이 수술’ 받고 뚜벅뚜벅

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척추 전극이식 수술의 개가

프랑스 보르도에 사는 63세의 마크가 걷는 모습. [사진=영국 가디언]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에 걸려 걸을 때마다 넘어져 보행을 포기했던 60대 남성이 척수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극이식 수술을 받고 6km를 아무런 문제없이 걷는데 성공했다. 6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스위스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프랑스 보르도에 사는 63세의 마크는 20여 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 균형 감각 장애와 걸음걸이가 얼어붙는 등 심각한 이동성 문제를 겪어왔다. 척추에서 다리 근육으로 보내는 정상적인 신호를 복원하는 임플란트를 이식한 뒤, 그는 더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독립성을 되찾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넘어져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처럼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계단도 두렵지 않다”며 “매주 일요일마다 호수에 가서 약 6㎞를 걷는다”고 밝혔다.

아직 온전한 임상시험을 거친 것은 아니다.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기 위한 뇌-기계 인터페이스 개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스위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결함을 치료하는 데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스위스 로잔대학병원의 조슬린 블로흐 교수는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척수를 전기적으로 자극함으로써 파킨슨병으로 인한 보행 장애를 교정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고로 인한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사람들의 척수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극이식 수술을 통해 정상적 보행은 물론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기까지 가능하게 했던 기술을 파킨슨병에 접목한 것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의 점진적인 손실로 인해 발생한다. 병이 진행된 환자의 약 90%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걸음걸이가 얼어붙는 등 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레보도파 약물과 같은 기존 치료법은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움직임을 완전히 회복시켜주진 못한다. 반면 새 치료법은 보행 중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추 부위를 직접 표적으로 삼아 정상적 보행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겨냥한다.

먼저 연구진은 마크의 척수에 대한 개인화된 해부학적 지도를 완성해 다리에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관련된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그런 다음 전극을 이 위치에 이식하여 자극이 척추에 직접 전달되도록 했다.

환자가 각 다리에 움직임 센서를 착용하고 걷기 시작하면 임플란트가 자동으로 켜지고 척추 뉴런에 자극 펄스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목표는 뇌에서 척추를 거쳐 다리로 전송되는 비정상적인 신호를 교정해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다. 연구진의 일원인 로잔대학병원의 에두아르도 마틴 모로 교수(신경공학)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는 기계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며 “단지 그의 걷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척추에 이식된 전극이 보행 및 균형 감각 결함을 개선했으며 Marc의 보행을 분석했을 때 다른 파킨슨병 환자보다 건강한 대조군의 보행과 더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크는 또한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명백한 이점이 재현되는지 평가하기 위해 추가로 6명의 환자가 등록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공동으로 주도한 로잔연방공대(EPFL)의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신경과학)는 “현 단계는 개념 증명 단계”라면서 “실제 임상치료에 적용하는 데는 최소 5년간의 개발과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카루네시 강굴리 교수(신경학)는 “파킨슨병의 보행을 개선하기 위해 척수를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며 ”현재 치료하기 어려운 보행 동결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3-02584-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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