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기 만성 백혈병, ‘약물 내성‘ 확 줄어든다?

김동욱 교수, 고질적인 'TKI 약물 내성' 항암 부작용 극복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와 연세대 생화학과 박현우 교수팀이 3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새로운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길을 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와 연세대 생화학과 박현우 교수팀이 3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BP-CML)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 치료와 관련 연구에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자다.

CML은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해 급성기로 진행하거나 약물 내성이 생겨 사망하는 환자가 여전히 발생하는데, 이번 연구는 이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확인했다.

바로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과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으로 비교적 치료가 수월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각각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BCR::ABL1 유전자와 FLT3 유전자)를 동시에 공략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해 급성기로 진행한 CML 환자의 세포 증식이 AML 환자와 유사하다는 특징에 주목했다. 이를 의정부을지대 혈액암센터에서 선별해 수집한 만성기(CP-CML)와 급성기(BP-CML)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검체로 확인했다.

이 결과, 실제 급성기 CML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AML 환자와 같은 원인 유전자(FLT3 유전자)가 증식해 있었다. 반면, 만성기 CML 환자에게선 FLT3 유전자가 전혀 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구진은 혈액암 환자의 검체와 동물실험을 통해 BCR::ABL1 억제제와 FLT3 억제제를 병용하는 새로운 복합 항암요법을 고안했다. 해당 요법은 혈액암 세포의 약물 민감성을 높여 현재 알려진 모든 CML 표적항암제(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의 약물 내성을 극복했으며, 만성기 CML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사용하면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약물 내성도 먼저 예방할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병용요법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발견했다. BCR::ABL1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3세대 CML 표적항암제인 ‘포나티닙’이 FLT3 유전자도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번 연구는 표적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치료 또는 예방용으로 포나티닙을 단독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향후 FLT3 억제제로 개발 중인 신약들이 약물 내성 억제 효능을 함께 시험할 것으로 예상하며 백혈병 분야 연구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동욱 교수는 “일평생 항암제를 복용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 중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급격히 급성기로 전환되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번 연구로 내성 예방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돼 백혈병 완치의 길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급성기 CML 환자에게서 FLT3 유전자가 발현하며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과정(신호전달체계) 모식도 [자료=«Molecular Cancer»]
한편,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CML 표적항암제의 약물 내성을 미리 예측하고 원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미 이번 연구에서 이를 위한 실마리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급성기 CML 환자에게서 FLT3 유전자가 발현하며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과정(신호전달체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FLT3 유전자는 JAK 유전자를 거쳐 pSTAT3 유전자, TAZ 유전자, TEAD 유전자, CD36 유전자 순으로 발현했다. 약물 내성을 유발하는 최종 원인 유전자가 CD36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CD36 유전자를 억제하는 약물과 저지방식이의 병용요법이 급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CD36 억제제로는 현재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TAZ-TEAD 저해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현우 교수는 “예후가 나쁜 BP-CML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FLT3를 통한 새로운 항암 치료와 진단 전략을 세계 최초로 정립했다”면서
“앞으로 FLT3의 유전자와 단백질 서열을 활용해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생체지표(바이오 진단 마커)와 차세대 혈액암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연세대 서경배과학재단, 을지대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차세대응용오믹스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은 암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몰레큘러 캔서»(https://molecular-cancer.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43-023-01837-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메디닷컴과 인터뷰 중인 의정부을지대병원 김동욱 교수. 사진=코메디닷컴 DB.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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