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유방암 환자, 대상포진에 가장 취약”

유방암 환자가 위암·대장암·폐암보다 발병 위험성 높아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주 내에 신체의 한쪽에 수포 발진이 발생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보면, 2022년 기준 연간 발생한 전체 대상포진 환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1%로 남성보다 더 높다. 연령은 50대 이상이 전체의 약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0대 22.3%, 60대 23.9%, 70대 12.5%, 80대 이상 5.9%).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암 진단 시기의 중앙 나이는 52.3세이다. 50세 이상, 여성, 암 항목에 모두 속하는 유방암 환자는 대상포진에 취약한 대상 중 하나이다.

암 환자의 경우, 치료 기간뿐 아니라 치료가 종료된 이후에도 건강 관리와 예방 및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감염질환 중 하나가 대상포진이다. 여러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에서 대상포진 발병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대상포진 발병 위험은 일반인 대비 1.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종별 대상포진 위험률을 살펴본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대상포진 위험률이 위암, 대장암, 폐암 환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을 포함한 면역억제 또는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암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률은 전체 인구 대비 2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주 내에 신체의 한쪽에 수포 발진이 발생한다. 감기와 비슷한 발열, 전기에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 찌르는 듯하거나 데인 듯한 감각 등이 유발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포가 가라앉은 뒤에도 수 주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의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린다.

대상포진 환자, 50대 이후가 64%…남성보다 여성에서 많이 발생

전문가들은 암 환자를 포함한 면역 저하자는 일반 환자보다 대상포진 발병 부위가 더 많고, 넓으며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물집이 혈액으로 가득 차는 출혈성 대상포진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을 포함해 바이러스혈증, 폐렴, 간염 등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재발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

유방암 유병자(환자 및 완치 판정자)라면 사전에 대상포진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함께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면역 체계가 저하될 수 있어 치료 중은 물론 치료 이후에도 대상포진 발생 위험성이 높고, 대상포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면서 “중년 이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유방암 환자라면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유전자 재조합)이 있다. 약독화 생백신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세균의 일부분을 변형시켜 자기 번식 및 면역 유발 능력은 있으나 독성을 일으키는 능력을 제거한 백신이다. 항암 치료 중이나 항암화학요법,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면역억제 요법을 받는 중인 환자의 경우 접종을 금기하고 있어 일부 유방암 환자에서는 접종이 제한된다.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 접종 가능

반면 불활성화 백신(유전자 재조합)은 암 환자를 포함해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도 접종할 수 있다. 항암 치료를 받는 성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임상 연구에서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면역 억제 또는 저하된 19세 이상의 성인에게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불활성화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개정된 대한감염학회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만 50세 이상 성인은 물론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 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하여 대상포진의 위험성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 18세 이상 중증 면역저하자(자가조혈모세포 이식자, 고형암, 혈액암, 고형장기이식 환자 등)에게 불활성화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정 교수는 “대상포진과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에 지친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낮출 수 있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원성과 양호한 안전성이 입증된 불활성화 백신이 국내에도 출시된 만큼, 유방암 환자 등 유병자들이 대상포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치의와 상의해 예방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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