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다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14 : Lee SW, Song YS, Shin SH, Kim KT, Park YC, Park BS, Yun IL, Kim K, Lee SY, Chung WT, Lee HJ, Yoo YH. Cilostazol protects rat chondrocytes against nitric oxide-induced apoptosis in vitro and prevents cartilage destruction in a rat model of osteoarthritis. Arth Rheum 2008;58:790-800.

■이성원 동아대 의대 류머티스내과 교수
■학문적 의의: Cilostazol에 의한 골관절염 예방 효과

류머티스 내과와의 공동연구 논문이 관절염 최고의 잡지인 ‘Arthritis & Rheumatism’에 개재되자 연구진 모두의 눈높이가 이 잡지에 맞춰졌다.

우리는 다음 3년간 동물모델과 세포연구를 방대하게 수행하여, 임상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되는 cilostazol이 골관절염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지하는 연구자료를 얻었다. 설레는 마음을 논문을 제출하였다.

논문 제출 후 단 2주 만에 이메일을 받으니 가슴이 덜컹하였다. 빠른 답신은 대개는 편집자가 평가자에 논문을 보내지 않고 논문을 거부하는 메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식 심사평이었다. 편집자는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보통 5명에게 심사를 보내 먼저 반응하는 2명의 심사위원 평가를 기준으로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그러나 당신 논문에는 5명 심사위원 모두가 신속하게 반응하였다. 5명 모두 신속하게 반응하였기에 그들의 비평 모두를 보낸다. 그들 대부분은 당신의 논문에 대하여 열광적이지만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의미 있는 비평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이메일은 내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

2명의 심사위원에게만 반응하라는 뜻인지, 5명의 비평을 모두 반응하라는 뜻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외국 잡지에 논문을 싣는 주변 연구자들 여럿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그들의 답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메일에 쓰인 순서대로 첫 두 심사위원을 선택하여 반응하라는 의견과 다섯 심사위원 모두에 반응하라는 의견이 대충 비슷하였다.

그러나 첫 두 심사위원이 먼저 의견서를 낸 심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결국 다섯 심사위원의 비평을 모두 만족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받은 비평 만 8페이지에 달하였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여러 추가실험을 하였다. 논문을 재제출하며 쓴 방어 편지는 약 16페이지에 달하였다. 내가 작성한 방어 편지 중 가장 길이가 길다.

최종 결과는 채택이었다

편집자는 세 명의 심사위원 의견을 보내주었다. 내가 다시 제출한 논문은 2명도 5명도 아닌 3명의 심사위원에게서 다시 평가를 받았다. 첫 두 명만을 선택하였다면 거부되었을 것이다. 세 명 중 누구에게 심사가 갔을지도 모르니 5명 모두를 만족시킨 내 성실한 방어가 적절하였다.

성실! 최선! 연구자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도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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