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 꼬리 검은 무늬? 미키는 멜빵바지? ‘만델라 효과’ 뭐길래

잘못된 기억 공유하는 '만델라 효과' 정의와 사례...명확한 원인은 아직 몰라

만델라 효과는 과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생존 여부처럼 다수가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사진=넬슨만델라 재단]
유명 보드게임 모노폴리, 미스터 모노폴리는 단안경을 쓰고 있다?
포켓몬스터 주인공인 피카츄의 꼬리에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감초로봇 C-3PO는 금색이다?
미키마우스는 멜빵바지를 입고 있다?
터미네이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아윌 비 백(I’ll be back)”을 외치며 용광로로 들어간다?

이 중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소위 ‘만델라 효과’를 경험했을 수 있다.

거짓 기억 공유하는 ‘만델라 효과’

만델라 효과는 무엇일까. 만델라 효과는 다수의 사람들이 거짓 기억을 공유하는 현상으로 개인이 아닌 일반 대중들 사이의 소통의 단절과 정보 왜곡 등으로 사실로 인식하게 된 사회적 착각을 말한다.

실제 미스터 모노폴리는 단안경을 쓰고 있지 않고 인기 만화 캐릭터인 피카츄의 꼬리는 아무 무늬도 없는 노란색이다. C-3PO는 다리 하나가 은색이고 미키마우스는 큰 단추가 달린 빨간 바지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터미네이터의 명대사로 떠올리는 ‘아윌 비 백’은 용광로가 아니라 다른 전투 장면에서 나온다. 용광로에서 사라질 때 나오는 대사는 아쉽게도 ‘굿바이’다.

‘만델라 효과’라는 말은 2000년대 다수의 미국인이 넬슨 만델라가 1980년대 감옥에서 죽었다고 여긴 현상에서 시작됐다. 2009년 만델라의 투병 소식이 뉴스로 보도되자 많은 이들이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니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그를 죽었다고 여겼지만 사실 만델라는 1990년대에 석방돼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이후 남아공 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퇴임 후 10년 뒤인 2009년에 병으로 앓아누워 2012년 12월 사망했다.

이 외에도 만델라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일상 속 사례는 꽤 많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편에서 다스베이더가 루크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대사인 “Luke, I am your father”는 실제로 “No, I am your father.”다. 1962년에 등장한 그림책 시리즈로 미국 아이들의 오랜 친구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영어 원서로 사랑받는 ‘베런스테인 베어스(Berenstain Bears)’ 역시 미국 내 대표적인 만델라 효과 사례로 꼽힌다. 정말 많은 아이들이 읽고 자란, 너무나 익숙한 동화책임에도 대다수 사람들이 책의 제목을 ‘Berenstein Bears’로 기억하고 있었다.

명확한 원인 규명 아직…다중 우주론도 고개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한 사람이 어떤 기억이나 사실을 헷갈릴 수는 있지만 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기억을 갖고 심지어 사실로 믿는 걸까. 미국 CNN은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보다 흔히 보이는 현상이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 조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윌마 베인브리지와 심리 및 뇌과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디파스리 프라사드는 지난해 2022년 말 《심리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사람들이 실제로 유명한 아이콘이나 캐릭터에 대해 확신에 찬 잘못된 시각적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통해 ‘만델라 효과’가 실재함을 확인했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문자나 인터넷 이미지를 볼 때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보지 않기 때문에 다수가 잘못된 기억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단순한 원인이 있으리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가설에 부합하는 연구 결과를 얻지 못했다. 베인브리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만델라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시사점”이라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메트로폴리탄대 인지 및 초심리학 연구자인 닐 다그널은 만델라 효과를 통해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의외로 있는 그대로가 아닌 생각하는 대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핀과 솜, 실 등 바느질과 관련한 항목을 제시하고 다시 기억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바느질과 관련한 ‘바늘’ 등 단어를 떠올리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추가된 정보를 사실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피카츄의 꼬리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카츄 귀 끝이 검은색이기 때문일 수 있다. 과거 넬슨 만델라 사례의 경우 만델라와 같이 저항 운동을 하던 남아공 운동가들의 장례식이 방송에 나오거나 만델라 석방 운동 등이 전 세계에 뉴스로 보도되면서 다수가 그가 죽었다고 믿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리가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는 않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만델라 효과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아주 창의적인 가설도 고개를 들었다. 다중 세계, 혹은 다중 우주 이론에 근거해 평행 현실과 지금 우리가 있는 현실의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베인브리지는 연구 결과 모노폴리나 피카츄 등을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도 그림을 보고 난 후 다시 기억을 떠올려 그리라고 하면 동일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평행우주론을 반박했다. 평행 차원을 넘어 비슷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다른 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이미지나 상황을 기억하는 어떤 원리나 오류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만델라 효과는 ‘가짜 뉴스’ 확산과도 맥이 닿아있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견해,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는 성향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심지어 집단적으로 거짓 기억을 공유하는 현상인 만델라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사실 관계가 중요한 뉴스 접할 때는 진위 여부와 세부 사항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는 지적도 있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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