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제거술 받았더니 담관에 구멍이 세 개나?

[유희은 의료소송 ABC]

40대 공무원 A 씨(여)는 급성 담낭염을 진단받았다. 간혹 통증이 있었으나 직장 일 때문에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없어 겨우 연말로 날짜를 정했다.

경남에 있는 한 병원에서 2020년 12월 29일 담낭 제거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당일부터 극심한 통증이 있었고, 주치의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였지만, 통증은 그대로였다. 수술 이후부터는 38.2℃의 고열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었다. 혈액검사 결과, 간 수치도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사는 그다음 날, 수술 부위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ERCP)를 했다. 그 검사결과를 본 의사는 2021년 1월 1일 설날 아침,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시작 4시간이 지났을 때, 의사는 갑자기 “더는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며 수술을 중단했다. 의사는 보호자에게 “환자의 장기 위치가 이상하고, 수술 시간이 오래 지체되어 간이 충혈되어 수술을 더 진행할 수 없으니, 환자가 회복되면 다시 수술하자”고 했다.

두 번째 수술을 받은 후 A 씨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A 씨와 보호자는 1월 4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대학병원에서 시행된 응급수술에서 A 씨의 총담관 좌우 모두 세 곳에서 손상(구멍)이 확인되었다. 이전 병원에서 수술 중 생긴 손상이었다. 소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세 번째 수술을 받은 A 씨는 패혈증 쇼크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한 달여간의 입원 치료 끝에 퇴원하였다.

A 씨는 수술을 중단하고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의사와 그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수술 기록지에 원고에게 ‘해부학적 담도변형’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으나, 정작 A 씨의 담관은 정상이었다. 의사가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주요 담관의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담관 3곳에 난 구멍이 의사 과실이었다.

또 법원은 “(이런 상황이라면)의사가 A 씨 2차 수술을 일단 중단하고, 최대한 빨리 상급병원으로 전원(轉院), 즉 옮겨야 했다”고 봤다. 그런데도 A씨가 담관 손상으로 인한 담즙 누출로 패혈증 쇼크에 이를 때까지 나흘이나 전원을 하지 않은 잘못이 확인되었다(전원 의무 위반).

이에 더해 2차 수술 당시 환자의 상태를 본인에게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사정 등을 이유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까지 인정했다.

“병원, 의사 과실이 분명”…손해배상 겨우 2900만 원?

법원은 다만, “A씨가 대학병원에서의 수술 이후 반복적으로 고열로 인한 입원 치료를 반복하는 상황이었지만 뚜렷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고려했다.

이에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2023년 8월 8일, A 씨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해당 병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 결과는 2900만 원 손해배상.

일반적인 사례보다 손해배상 액수가 턱없이 적게 산정됐지만, 법원은 “현재, 별다른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아 앞으로 추가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기 힘들고, 직업이 공무원이기에 입원 기간의 통상적 ‘일실(逸失)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판결은 원,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에서 바로 확정되었다.

여기서 추가로 짚어볼 만한 부분이 있다. A 씨 경우처럼 소송 중 특별한 후유증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라도 그 후에 새로운 후유증이 생겼다면 확정판결을 근거로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나와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그 예외를 명시한 것.

이와 관련, 대법원은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 통념상 그 합의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를 조건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손해배상(자)] > 종합법률정보 판례)

이는 폭행이나 교통사고의 경우 추후 민, 형사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부제소합의)를 하였더라도 같다.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는 피해가 새로이 발생하였다면 추가 합의나 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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