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안(眼)해부학 교수’가 된 이유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논문3 : Yoon HS, Moon SC, Kim ND, Park BS, Jeong MH, Yoo YH. Genistein induces apoptosis of RPE-J cells by opening mitochondrial PTP. Biochem Biophys Res Comm, 2000;276:151-156

1. 사람: 노세현 윤희성 박우찬(동아대 의대 안과학교수)
2. 역사: ① 망막색소상피 세포사 관련 최초의 연구
② 아폽토시스 관련 질병 개념 수립
③ 교신저자로 국제잡지에 게재한 최초의 논문
3. 학문적 성과: 망막색소상피세포 아폽토시스에서 PTP 구멍 제어 연구

1996년 어느 날, 안과 노세현 교수께서 부르셨다. “연세대 안과 연구진이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를 함께 수행할 공동연구자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지방대학 기초 교수를 찾는다” 하시며, 내 의견을 물었다.

당시 나는 분자생물학 연구를 수행할 능력과 경험이 없었다. 망설이는 나를 앞에 두고 노 교수님은 연세대에 전화를 걸어 나를 적임자라고 강력하게 미셨다.

엉겁결에 안(眼) 섬유화에 관한 분자생물학 연구에 3년 동안 참여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연구비를 받았고, 이 연구비가 내게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연구원 한 사람을 고용하였다. 분자생물학 기법을 익히면서 슬며시 망막 세포사 연구도 병행하였다.

당시 나는 1994년 미국 연수 중 세포사 연구의 세례를 받았지만 이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연구비도 없었고 세포사 기작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세포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익히고 있지 못하였다.

기회가 왔다 생각하고 나는 안 섬유화 연구를 계기로 유망한 연구 분야인 세포사로 회귀하게 되었다. 망막 질병인 황반변성과 증식성 망막병증은 각각 망막색소상피세포의 세포사가 과다하거나 부족하여 일어난다는 가정이 가능하였다. 이 가설이 나의 망막색소상피 세포사 연구를 합리화시켜 주었다.

나는 연세대와의 연구과제를 마치고도 보은의 마음으로 망막에서의 세포사 연구를 이어 나갔다. 기초의학자와 연을 맺은 안과 교수님들은 실험연구를 수행하게 된 상황을 크게 반겼다.

보은의 마음으로 얻은 논문…동료 임상 의사들과의 공동연구 접점 넓혀줘

안과 교수님들은 나를 ‘안(眼)해부학 교수’라 칭하면서 같은 과(科) 동료처럼 대해주셨다. 그들은 오랜 기간 연구원의 인건비 일부를 감당해 주는 등 함께 연구하려고 열정을 보였다.

이 논문은 망막 세포사 관련 첫 연구 논문이다. 그리고 이 논문은 연구를 주관하는 교신저자 자격으로 국제잡지에 낸 최초의 논문이다.

망막색소상피 세포사 연구는 이후 15년 이상 지속한다. 망막 세포사 연구는 내 연구 지평을 급격히 확대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나는 질병의 병인이나 치료에 세포사가 관여하는 질병들을 묶어 “아폽토시스 관련 질병”이라는 개념을 수립하였다. 이 개념 덕에 보통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나는 연구대상으로 특이 질병 하나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 개념은 의대 기초(의학) 교수인 나에게 다양한 임상 기초 공동연구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세포사가 내 연구 저수지(貯水池)가 된 것이다.

논문의 업적은 과학 행위를 통해 얻어진다. 그러나 연구의 동인이 되었던 보은의 마음도 업적의 중요 바탕이 되었다. 연구 활동에 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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