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달러 포기하고 얻은 평생 연구 ‘아폽토시스’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해부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유영현 동아대 의대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그동안 써온 주요 논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Yoo YH, Gilliam AC, Whitaker-Menezes D, Korngold R, Murphy GF. Experimental induction and ultrastructural characterization of apoptosis in murine acute cutaneous graft-versus-host disease. Arch Dermatol Res, 1997;289:389-398

1. 사람 : 유영현과 조지 머피
2. 역사 : ① 국제잡지에 처음 게재한 논문(주저자)
② 세포사(細胞死)에 대한 최초의 연구
③ 2만 달러 포기로 얻은 평생 연구 주제 “아폽토시스(Apoptosis)”
3. 학문적 성과 : 이식 편대 숙주 반응(GVHD) 생쥐 피부에서 최초로 아폽토시스 관찰

1994년부터 1년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병리학과 조지 머피(George Murphy) 교수 연구실에서 연수했다. 머피 교수는 골수 이식 후 피부에서 나타나는 이식 편대 숙주 반응 병변을 연구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수 당시 세포사 연구가 전 세계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머피 교수는 내게 세포사를 주목하여 피부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외피세포가 죽어 가는 동안 변하는 형태를 상세하게 관찰했다.

이 논문은 국제 잡지에 게재된 내 첫 논문으로 내 세포사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큰 의미가 있다. 또 사라진 돈 2만 달러와도 관련이 있다. 머피 교수는 연수 초청장에 2만 달러 지급을 약속하였다. 동료 교수인 클리그만 박사의 연구에 참여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재정 지원자는 클리그만 교수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미국 도착 다음 날 만난 머피 교수는 자신과의 연구에만 집중하겠느냐고 물었다. 내게 물었지만 강력한 요구였다. 좋은 업적을 내기 위하여 집중하자고 말하며 공동 초청자 클리그만 교수의 연구는 가치가 낮다는 말까지 붙였다.

초청 시 클리그만 교수의 재정 지원을 자청하여 받아낸 머피 교수가 나의 시간 전부를 소유하고 싶어 마음이 바뀌었음도 드러내었다.

머피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 연수 비자 IAP 비자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뜻을 따르면 클리그만 교수의 재정 지원도 없어진다.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고 시차로 멍한 상태에서, 영어로 세세한 의사 표현을 해내지 못하던 때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나는 초청자 머피 교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순간에 2만 달러가 사라져 버렸다. 재정 지원을 전제로 계획한 미국 생활 계획도 모두 흐트러졌다. 연수 중 가족 경제는 빠듯하였고 미국 연수 내내 어려울 때 마다 사라진 2만 달러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해석하면 그때 2만 달러를 포기한 대가로 후에 나는 세포사 연구자가 되었다. 내게서 2만 달러가 나가고 대신 세포사가 들어왔다.

– 아폽토시스(Apoptosis)란?

유전자에 의한 세포의 죽음. 어떤 특정한 자극에 의해 유전자가 스스로 죽는 장치를 발동시켜 일어나는 세포의 자살.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을 할 때마다 짧아지는데, 그 길이가 원래의 절반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분열을 하지 않고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 다세포 생물체에서 볼 수 있는 세포예정사(細胞豫定死)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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