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각방 쓰는 게 나은 때?…코골이 외에도 많아

수면습관의 큰 차이, 스케줄 충돌, 몸이 너무 뜨거운 경우 등 10가지

잠자리에선 잠을 자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스케쥴이 달라 한 사람이 침대에서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 또는 연인 가운데 코골이로 각방을 쓰거나 침대를 따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미국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배우자나 연인의 코골이 때문에 밤에 따로 자는 사람이 3분의 1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선 이를 ‘수면 이혼’이라고 한다. 하지만 잠자리를 따로 하는 게 생각보다 썩 나쁘지 않다. 도리어 부부 또는 연인 등 파트너 사이의 관계를 더 도탑게 할 수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가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싸움을 벌인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염증 수치가 훨씬 더 높았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재니스 키콜트-글레이저 박사(행동의학연구소장)는 “부부 또는 연인이 두 사람의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염증 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심혈관병, 관절염 등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정신건강·기분 등 자신의 웰빙도 해치고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사람이 쓸데없이 단호해지고 논쟁을 잘 일으키고 쉽게 분노한다. 파트너와 영영 이별할 수 있는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잡지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운영하는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는 ‘부부가 따로 자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는 경우 10가지’를 짚었다.

1.수면 습관과 좋아하는 침실 환경이 영 다르다

파트너가 안절부절 못한 채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만성병으로 특정 증상을 나타내면 수면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옛날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다시 봐야 잠들 수 있다면 파트너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에겐 백색 소음(음폭이 넓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소음)이 필요한 데 비해, 다른 사람에겐 적막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은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고 싶고 다른 사람은 윙윙거리는 에어컨을 틀고 싶을 수 있다. 갱년기를 지나는 부부도 여러 증상으로 숱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수면 습관이 사뭇 다르면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된다. 낮엔 피로하고 짜증이 솟는다. 시간이 지나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부 관계에 틈이 생길 확률이 높다. 이럴 땐 잠을 따로 자는 게 오히려 건강과 관계에 두루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일 밤 잠자리 인사를 건넨 뒤 다른 공간으로 옮겨 잠을 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2.두 사람의 스케쥴이 충돌한다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파트너가 일하면서 내는 꼼지락거리는 소리나 움직임에 잠에서 깨어난다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만큼 근무 일정과 업무량이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수면 시간과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의 생체시계(일주기 리듬)가 뚜렷이 다를 수도 있다. ≪국제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발표된 연구 결과(2016년)에 따르면 부부 또는 연인의 스케쥴이 충돌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새벽 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 올빼미형이라면 다른 침대에서 따로 자는 게 상호 조화와 평화에 이로울 수 있다.

3.파트너의 몸이 수면 중 너무 뜨거워 상대방을 땀에 흠뻑 젖게 만든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에 따르면 수면에 가장 좋은 온도는 15.6~19.4℃(60~67℉)다. 하지만 이는 이불을 덮고 발산할 수 있는 체열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어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너무 많은 열을 발생시켜 파트너가 땀에 흠뻑 젖게 한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생기면 다른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게 좋다.

4.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수면 부족으로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잠을 충분히 자야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면 따로 자는 게 바람직하다. ≪BMJ 오픈 스포츠 & 운동 의학 저널(BMJ Open Sport & Exercis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과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체중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수면 및 휴식 부족은 식욕 호르몬(그렐린, 렙틴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5.침대 매트리스에 대한 선호가 서로 다르다

한 사람은 단단한 매스리스를, 다른 사람은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좋아하며 이런 선호도를 바꿀 생각이 별로 없다면 침대를 따로 써야 한다. 미국 수면개선위원회(Better Sleep Council)에 따르면 어떤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유형의 매트리스는 없다.

6.담요를 둘둘 말아 혼자 덮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방이 시원해야 한다. 그러나 파트너가 담요를 훔쳐가면 기온이 낮을 땐 너무 추워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자주 깨게 된다. 다른 공간으로 탈출하는 게 좋다.

7.잠자리에 애완견, 애완묘가 떡 버티고 있다

애완견, 애완묘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참 많다. 하지만 이들 애완동물을 별도의 침대에 재우지 않고 이불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부부 또는 연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로 코가 계속 막혀 수면을 방해하는 등 큰 불편이 뒤따른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코막힘 상태로 잠을 잔다는 것은 호흡기에 약 2.5kg의 추를 매단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주는 셈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에서 깨어나도 피곤하다.

8.파트너에게 ‘다리가 불안한 증상’이 있다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INDS)에 의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인구의 약 10%에 영향을 미치며 여성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을 심하게 나타낸다. 다리를 계속 움직여 본인과 파트너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잠자리를 따로 하면 두 사람 모두 수면과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다.

9.매너리즘에 빠져 성욕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많은 부부가 따로 자면 성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이가 좋고 행복한 부부의 경우 특히 그렇다. 성관계에 대한 욕구는 수면에 대한 욕구와는 매우 다르다. 파트너의 특정 습관 탓에 수면이 부족하다면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을 확률이 높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성관계에 대한 흥미와 각성이 다시 솟구칠 수 있다. ≪성의학 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2015년)에 따르면 잠을 더 많이 잔 여성은 이튿날 성행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잠을 한 시간 더 자면 파트너와 친밀해질 확률이 14% 더 높아지는 걸로 드러났다. 잠을 덜 자면 성관계에 대한 흥미와 성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자리를 따로 하면 예전의 성적 긴장과 흥분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부부의 경우 결혼 전 파트너와의 좋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지도 모른다.

10.코골이로 숙면이 힘들다

코골이는 일반적인 불만이자 갈등이다. 불규칙하고 시끄럽고 부자연스럽게 코를 고는 소리는 수면을 방해해 파트너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파트너는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상쾌함을 느끼지 못할 확률이 높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의하면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 알레르기, 코 질병, 체중 증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코올 남용, 심야 음주, 수면 부족 등으로 코를 골 수도 있다. 파트너의 코골이로 잠에서 깨어 짜증을 내기보다는 잠자리를 따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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