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이 수학(數學)과 만난다면…

스마트헬스케어로 가는 지렛대...부산, “의료수학 전문연구센터 세우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2년. 전국적으로 사망자 수가 2월부터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3월 중순 들어서니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4월 초엔 하루 300명이 넘게 사망하는 대혼돈 상태에 빠졌다.

정부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도대체 어느 선까지 사망자가 더 늘어날지, 얼마나 더 확산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때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사람들의 이동량 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19 발생을 예측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사람들 이동량 데이터가 수리과학 통해 코로나19 발생 예측 모델로

지역별, 나이별 코로나19 확진자와 백신 접종자 자료, 인구이동 자료, 나이별 밀접접촉 자료 등을 모두 모았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SIR Compartment 모형’.

읍면동 같은 기초지자체별로 상주인구 분포를 찾아내고,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눠 인간 이동데이터를 계산한 것이다. 거기서 중복되는 데이터를 제거하고 그룹별로 확진자 수 차이를 구분해냈다. 각 시도별 파라미터(매개변수)도 추정했다.

전국과 지역별 감염자 ‘유효재생산지수’(ERN, Effective Reproduction Number)가 나왔다. 코로나19 전파의 하이브리드 AI(인공지능) 예측 모델까지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규모를 예측하고 각종 방역 정책이 코로나19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것이다.

그랬더니 사망자 수가 5월부턴 100명 이하로 떨어지고, 그 이후 계속 그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부산은 4월 말부터 하루 10명 이하로 떨어졌다가 7월 중순부터 조금 증가할 것으로 나왔다. 실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그래픽=부산시]
코로나19 확산 속도 및 확진자 수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의료역량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또 방역 정책을 어떻게 수립해나갈 것이지 가닥이 잡혔다. 수학적 기법이 의료 현장에서 사람들을 살려낸 또 하나의 사례다.

수학과 의료는 그렇게 멀지 않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암호화 양자역학 등이 의료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그 둘 사이의 틈새는 더 좁혀졌다.

AI를 통해 흉부 CT에서 폐 영역만 추출한 후 폐 손상 정도를 계산해주는 알고리즘도, CT를 이용한 3D(3차원) 치아 모델링 기법 등도 그런 사례.

폐 CT 용적 계산 알고리즘은 외상환자에게 폐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치로 알려주고, 3D 치아 모델링은 그 정확도가 99.75%에 이른다. 실제 치아 모양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심지어 치아 내부의 크랙이나 신경구조 진단까지도 가능하다. 치아 보철물이나 크라운 제작에 이를 폭넓게 사용하는 이유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산이 의료수학센터를 만들려 한다. 수리과학을 기반으로 이를 의료산업에 접목하려는 전문연구센터다. 현재는 그 역할을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하고 있는데, 부산에도 그 기능을 하는 전문센터를 두자는 것.

“의료수학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이 숨어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7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교과서 밖을 나온 수학은 시민의 일상과 산업에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스마트 헬스케어산업 육성을 위해 부산의료수학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부산시청 국제의전실에서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와 부산센터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센터 설치와 운영, 공동연구와 인력교류는 물론, 수리과학기술을 활용한 의료산업 활성화 방안도 들어있다.

하지만 부산센터가 들어서자면 향후 관련 부처의 검토위원회, 타당성 조사,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사회 승인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부산시 안영신 첨단의료산업과장은 “부산의료수학센터 설립 추진의 신호탄이 올려진 만큼 수리과학을 활용한 부산 지역 의료산업 고도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김현민 NIMS 소장도 “이번 협약을 통해 의료계와 산업계 성장을 함께 견인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지·산·학·연·병 협력생태계가 구축됐다”고 했다.

한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의료수학’을 활용한 기업, 병원, 대학과의 상생 협력 추진을 목표로, 지난 30개월간(2020.1.~2022.6.) 부산대병원 융합의학연구동에서 ‘의료수학센터’를 시범 운영해왔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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