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금속 프린팅 기술로 환자 맞춤형 치료 이끈다

[APOA 수부상지학회] 김명선 사무총장 인터뷰... "학회서 첨단 기술 교류도 이뤄져야"

지난 5월 중순 3D 금속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 팔꿈치 재건 보형물 치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김명선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연구팀 모습. [사진=전남대병원]

“바로 얼마 전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환자 맞춤형 3D 프린팅 금속 임플란트’를 환자에게 처음으로 적용한 임상 수술이 잘 끝났습니다. 그 결과도 매우 양호합니다. 환자분은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 없이 훌륭하게 회복하고 계십니다.”

지난 5월 중순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김명선 교수에겐 뜻깊은 일이 있었다. 지난 4년간 이어온 연구 결과가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주)커스메디와 전남대병원 김명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3D 금속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인공 팔꿈치 재건 보형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관절 부상은  일반적 치료법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합니다. 그동안 기존 인공관절 제품은 상품화 과정에서 대부분 정해진 패턴으로만 생산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그 크기와 형태가 안 맞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전한 3D 금속 프린팅의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CT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환자에게 딱 맞는 인공관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굉장히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상황에서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에 주목해 4년 전 발 빠르게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했고 그간 사체실험 등 기초연구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 “의학의 핵심은 환자의 고통에 공감”… 융합치료기술 연구로도 관심 확대

전남대 병원에서 2000년부터 진료를 해온 김 교수는 손끝부터 어깨까지 팔 전체를 진료하고 수술할 수 있는 드문 의사다. 방대한 분야를 다뤄야 하는 탓에 어려움도 있지만, 통합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유리한 점도 있다. 대학병원급의 수부·상지 분야 의사들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김 교수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원스톱’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내 귀한 보루이기도 하다.

최근 성공한 3D 금속 프린팅 기술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교수는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 개발 및 연구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쉽지 않은 시도와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더니, “환자의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최근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90세, 100세 환자분들과 같은 아주 ‘극고령화’ 환자분들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이런 환자분들을 중심으로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 등에서 파생하는 여러 질환과 손상들이 급속도로 증가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여기에 대한 연구와 치료 전략의 개발이 시급한 현실적인 문제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한 최신 과학기술을 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일에 관심이 커지게 됐습니다.”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김명선 교수 [사진=전남대병원]

“제가 관심을 갖고 있고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분야는 재생의학이 한 축이고 또다른 한 축은 인공관절과 관련한 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쪽입니다. 이러한 연구들로 예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했으나 새롭게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도 의의가 크고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2가지다. 앞서 언급된 3D 금속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관절 개발과 재생의학이다.

정형외과학, 영상의학, 인공지능·확장현실(XR)·시뮬레이션 등의 최신 컴퓨터 공학 기술, 3D 금속 프린팅과 같은 재료공학 기술 등을 종합한 거대한 융합연구인 맞춤형 인공관절 연구는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

김 교수 연구팀이 구상한 인공관절 치료 솔루션은 환자의 CT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수술 전에 미리 심각한 결손 부위의 치료 방안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과정에서 3D 금속 프린팅 기술로 환자에게 필요한 맞춤 인공관절 견본을 제작하고 재차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술을 진행해 철저히 검증한 이후에야 실제 환자에게 맞춤형 인공관절 치환 수술에 적용한다.

지난달 첫 임상수술로 기술 검증의 첫발을 뗐다. 향후 1년간 임상연구를 더 진행하며 안전성 검증과 치료 효과를 축적한 후, 내년 초부턴 본격적인 제품화·사업화 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2024년 말 우선 출시가 목표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남미 지역으로의 수출도 목표하고 있어 미국 식품의약청(FDA) 심사도 준비 중이다.

재생의학의 경우 나노 공학 기술과 플라즈마 의료(플라즈마 메디슨·Plasma Medicine) 분야를 정형외과 치료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노 과학을 적용한 조직공학적 기술을 통해선 힘줄과 뼈 재생 치료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우리 힘줄의 미세구조와 유사한 나노 패턴을 흉내낸 구조물을 수술 봉합부에 덧대줌으로써 이 형태에 맞춰 신체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원리다. 이미 동물실험 단계에서 힘줄 재생의 속도와 질 향상 등의 유효성을 확인했고 올해 중으로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의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나노 패턴 구조물의 활용방안을 골재생 분야로 확대하는 연구도 준비 중이다. 같은 원리를 통해 염증과 외상 등으로 골결손이 심각한 환자나 골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골재생 유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또한, 플라즈마가 유발하는 물질 재생 효과를 피부 재생 분야에 활용하는 초기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의사란 끊임없이 배우는 길… APOA, 韓 의료한계 성장시킬 것”(https://kormedi.com/1594108/apoahul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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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김명선 교수 연구팀과 (주)커스메디가 개발 중인 환자 맞춤형 3D 프린팅 금속 임플란트 치료 솔루션 모습. 해당 솔루션은 우선 정상 뼈(가장 위 왼쪽 푸른색 모델링)와 골절된 뼈(가장 위 오른쪽 회색 뼈)의 3D 모델링을 구성해 비교분석한다. 이에 따라 결손 부위를 대체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금속 부품(붉은색 모델링)의 가장 적합한 형태와 크기를 도출해 모델링한다. 초록색 모델링은 인공관절 부품이 정확하게 (뼈에) 안착되도록 미리 계획한 위치에서 골절된 부분이 정확하게 절제되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부품. [자료=김명선 교수]
◆아·태 지역 산학연병, 함께 환자 고통 해결할 숙제 고민해야

실용적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김 교수는 학회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학회가 의학 연구자들뿐 아니라 각종 연구소와 산업체 등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교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무총장으로 개최 과정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학회 수부·상지분과 창립총회·국제 학술대회'(APOA HULS 2023)에서 이런 지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APOA HULS 2023는 호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 15개국에서 500여 명의 수부·상지(손과 어깨·팔꿈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학회다.

김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 수부상지학회'(APOA HULS) 구성원 전체가 이를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수부상지 분야의 최신 연구와 치료 현안을 풍부하게 교루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가장 신경썼다고도  강조했다. 실제 학회는 국내외 수부상지 분야의 대가 8명을 초청한 특별 강연을 비롯해 15개 심포지엄 세션, 5개의 ICL 세션, 프리페이퍼·자유연재·포스터 발표, 인공관절 워크샵, 초음파 시연 등 다양한 발표 일정이 잡혀있다.

“대규모 학술대회는 대학 교수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이른바 산학연병을 이루는 산업체와 기업, 대학 그리고 개인 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과 의료기관, 그리고 연구소들이 모두 힘을 보태는 화합의 축제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도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일을 하는 다채로운 기관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가 여러 형태로 참석하게 됩니다.

APOA HULS 2023 자리를 빌어 모든 참석자분들이 수부상지 분야의 환자분들께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서로 알고 공유하며 그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앞으로 함께 고민하는 새로운 숙제들을 가지고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훌륭한 연자분들을 모시고 다양한 학술 내용을 준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수부상지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발표자들을 모셨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태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APOA를 통해 이번 학술대회가 열리는 만큼 회원국들에서 최대한 많은 수부상지 분야 정형외과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데도 주력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대한수부외과학회와 APOA 수부상지학회 내부 관계자 및 제약과 치료 기기 업체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했다.

특히 김명선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국제 교류는 국내를 넘어 아·태 지역 전체의 의료계와 환자를 위하는 ‘휴머니즘의 길’이라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국제학술 대회의 기본적인 참 목적은 최신 연구와 최신 지견에 대한 학술 교류가 첫째지만, 이를 통한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의료보건 관계자들의 인적 교류 역시 우리 학회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APOA 수부상지학회는 아·태 지역 수많은 국가에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정형외과와 수부상지 분야의 모든 선생님들을 위한 학회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의 의료서비스의 향상에 큰 공헌을 할 뿐 아니라 아·태 국가 간의 협력과 우애, 상호 친목을 다지는 외교적 친선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APOA 수부상지학회 구성원들의 의료 지식이 우리 국민들을 넘어 아·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모든 인류에게 전해지고, 그 결과 우리 아시아-태평양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가는 하나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APOA 수부상지학회, ‘K-메디 시대’ 마중물 역할…국제연대 끌어낼 것(https://kormedi.com/1586834/apoahuls1/) · 급변하는 중국 의료계 … 배움 필요한 시기 , APOA 는 귀한 기회(https://kormedi.com/1594081/)]

진료 중인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김명선 교수의 모습. [사진=전남대병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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