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중국 의료계… “배움 필요한 시기, APOA는 귀한 기회”

[APOA 수부상지학회] 중국 지수이탄병원 루이 교수 인터뷰

수술에 참여하고 있는 루이 교수 [사진=베이징 지수이탄 병원]
“전례 없는 변화를 맞닥뜨리는 중국 의료계가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은 ‘교류’다.”

중국 최고의 정형외과를 보유한 지수이탄((积水潭) 병원의 루이(鲁谊) 교수는 휴대폰 화면 너머에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학회 수부·상지분과 창립총회·국제 학술대회(APOA HULS 2023)’에 참석하는 루 교수는 이번 학회가 중국의 젊은 교수들에게 귀한 배움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저녁 9시까지 종일 수술이 이어지는 날이었지만, 루 교수는 중간의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국제적인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랫만에 성사된 오프라인 국제학술대회인 APOA HULS 2023에는 호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 15개국에서 500여 명의 수부·상지(손과 어깨·팔꿈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한국과 중국 학자들은 별도로 심포지엄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배움에 목마른 중국 의료계… “APOA HULS 단비 같은 기회”  

지수이탄 병원은 중국 3급 갑(甲) 병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3차 병원에 해당하는 3급 병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력, 기술, 시설을 갖춰 ‘갑’ 등급을 획득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의료 시스템에선 3급 병원도 갑, 을, 병 3등급으로 다시 나뉜다.)

1956년에 설립됐으며, 베이징 의과대학의 제4임상의과대학이자 칭화대학교 임상교육병원이기도 하다.

특히 정형외과와 화상 치료로 명성이 높이다.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 인명 구조에 많은 공을 세우면서 당시 원자바오 총리로부터 ‘최고’라는 칭찬을 받으며 더 유명해 지기도 했다. 정형외과는 11년 연속(2009-2019) 중국 푸단(复旦)대학 병원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평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97년부터 지수이탄 병원에서 근무해온 루 교수는 중국 의료계 상전벽해의 산 증인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인구 변화 속에서 중국 의료계도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환자의 수요 양상도 크게 바뀌었다. 특히 루 교수가 전문가로 있는 스포츠 의학 분야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년 전에는 업무나 교통사고로 인한 어깨 골절 환자를 많이 치료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젊은층과 노년층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스포츠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스포츠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도 급증했다. 새로운 케이스들이 빠르게 늘면서 젊은 의료진들은 점점 더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배움을 갈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 의과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루 교수는 중국 의료계가 빠르게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봤다.

“고속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국 의료계도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워야할 부분들이 많다. 한국 의료계는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학회가 열린 것이 더 반갑고 중국의 젊은 의사들이 열심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이번 학회에 대한 중국 내 의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중국은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국가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 의료계의 국제 교류는 상당히 활발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루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양한 나라 의료진이 중국을 찾는 일이 많았다. 초청 받은 수많은 외국 의료진들이 중국을 찾으면서 다양한 사례와 기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풍부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팬데믹 이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이제는 국외 의료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었다. 젊은 학자들에게는 특히 안타까운 일이다.”

2019년 서울아산병원 방문 당시. 왼쪽에서 네번째가 루이 교수. 루이 교수 오른쪽은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전인호 교수( APOA HULS 회장 )

노령화하는 중국, 로봇 등 이용한 첨단화 등 투자 늘리기 속도 

루 교수는 빠르게 진행하는 노령화 역시 중국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정형외과에서 어깨 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다만 중국 노인층의 경우 여전히 수술보다는 전통적 치료인 중의학적 약물 치료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연구로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루 교수는 최근 65세 이상의 RCT(회전근개파열) 환자에서 ARCR(회전근개봉합술)은 증상 기간에 관계없이 임상 결과를 유의하게 개선한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의료 기술 발달이 어디까지 와있는 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꿈도 못꿨던 치료법들이 이제 많은 환자들에게 일상을 되돌려주고 있다.”

중국 의료계 가장 큰 화두는 의료 서비스 및 기술 수준의 향상이다. 정형외과에서는 특히 역견관절치환술 기술 발전과 로봇 수술 도입이 가장 이슈라고 루 교수는 설명했다. 기존 수술법의 관절구조와 반대되는 인공관절을 사용해 인공관절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역견관절치환술은 중국 정형외과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기술이다.

중국의 수술로봇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35.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을 발표하면서 국가 과학기술혁신의 우선 중점분야로 로봇과 스마트 제조를 포함시켰다.

어깨와 팔꿈치엔 정답 없을 때도… “나이 많지만 난 여전히 배우는 중” 

중국 최고의 정형외과에서 수십년 간 뼈가 굵은 루 교수지만, 그는 자신이 아직 어깨와 팔꿈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본인을 ‘전문가’라고 불러줘 감사하기만 하다며 중국인 특유의 겸손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깨와 팔꿈치는 뼈와 관절뿐만 아니라 연조직, 특히 인대와 힘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때문에 최선을 다해도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많다.”

루 교수는 2007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방문 연수를 다녀왔다. 비록 수개월 간의 짧은 연수였지만, 루 교수가 드넓은 어깨와 팔꿈치의 치료의 세계를 목도한 시간이기도 했다. 중국과의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환자 케이스와 치료 사례를 접한 것은 물론 세계적인 의료진들의 치료 과정을 직접 견학하면서 루 교수는 신선하면서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루 교수는 배움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아왔다.

“나이가 많지만, 난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면서 너털 웃음을 지은 루 교수는 이번 APOA HULS 2023과 함께 열리는 한-중 심포지엄에서도 테니스 엘보, 어깨 RCT(회전근개열파열)에 대한 주제 발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심포지엄이 한국과 중국 의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루 교수는 어깨와 팔꿈치 분야의 대가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비췄다.

“APOA HULS 2023을 기회로 아시아 각국 간의 초청 방문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면 더욱 좋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젊은 의사들의 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아시아 의료계 전반이 상호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 있을 것이다”

루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학회의 미래에 대해 바라는 것 한 가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환히 웃으며 답했다.

“글쎄, 차기 학회를 중국에서 개최하는 것? 중국에는 외국 학자들과의 교류를 기다리는 의사들이 아주 많다.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가 외국에 나가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많은 외국 학자가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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