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초능력자 낳고 싶은가?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유전자 조작으로 초능력자 낳고 싶은가?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초인 만들기가 꼭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이른바 유전자 편집 기술(Gene Editing Technology)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번의 투자로 한 번의 효과만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나쁜 것을 제거해 좋게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능력을 향상해 더 뛰어나게 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사람들은 어떤 것을 고를까?

예를 들어 A가 불치병에 걸려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정확한 판정이 내려졌을 때 거금을 들여 그의 병을 회복시킬까? 아니면 임신 2~3개월 된 태아에게 초능력을 주입해 초인으로 만들까? 단, 둘 다 비용은 20억 원이 넘는다.

현재로서는 이 기술이 100%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초인 만들기가 꼭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이른바 유전자 편집 기술(Gene Editing Technology)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 중에 널리 알려져 있고, 가장 효과가 높은 기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이다.

2012년에 등장한 이 기술은 해를 거듭하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유전자를 검사해 그중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잘라 내는 기술이다. 원인이 사라졌으므로 그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 치료 비용이 20억 원이라면 당신은 이 시술을 받겠는가?

반대로 태아의 유전자 중에서 언어 능력에 관한 유전자, 숫자 능력에 관한 유전자를 증폭하면 훗날 그 아이는 10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수학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수학자, 경제학자, 물리학자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그 아이는 1년 안에 10개가 넘는 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 만일 그 아이가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면 단기간에 1조 이상의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비용이 20억 원이라면 당신은 태아의 유전자를 편집하겠는가?

둘 모두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유전자 편집이 굉장히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크리스퍼 시스템, 나아가 유전자 편집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전자는 DNA라고 보면 된다. DNA는 mRNA로 바뀌고 다시 단백질로 변화한다. 인간에게 질병이 생겼다는 것은 DNA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DNA에 손상이 생겼을 때 이를 수리하면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 단, 100% 수리는 불가능하다. 그런 때 손상된 DNA는 다음 세대에게 변이되어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의 1%는 손상된 유전자를 안고 태어난다. 1%라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신생아 30만 명 중에서 3000명이라면 매우 많은 숫자이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할 수 있는 유전 질환은 대략 54,400개가 된다. 이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58%가 염기(鹽基, Base) 1개가 뒤바뀌었기에 해당 질환이 나타난다고 밝혀졌다. 인간의 몸에는 대략 30억 개의 염기가 있다. 그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므로 그 하나를 바로잡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퍼 시스템이다.

2018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허젠쿠이(賀建奎)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인간 아기가 태어났다”라고 느닷없이 발표했다. 이어 미국에서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리뷰》를 통해서도 내용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였다. 허 교수의 연구팀은 불임 치료 중인 부모 7명에게 배아를 얻어 유전자 교정을 했고 그중 한 쌍의 부모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루루’와 ‘나나’를 출산시켰다.

이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는 곧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다. 과학계와 의학계는 디자이너 베이비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 과학자 120여 명은 이 사태에 관하여 공동 성명을 발표해 ‘광적인 짓이며 윤리적이지 못한 실험’이라 비난했다. 세계적 과학 잡지 《사이언스》는 ‘윤리적 분노와 아기의 건강과 관련한 두려움을 촉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디자이너 베이비(맞춤 아기)는 ‘희귀 혈액 질환이나 암 등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하는 데 이용할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시험관 수정 기술을 통해 질환 자녀의 세포 조직과 완전히 일치하는 특정 배아를 가려 이 가운데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적 배아를 골라 탄생시킨 아기’로 정의된다. 이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초인을 만들어 내는 데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디자이너 베이비를 허용한다면 강대국에서 초인 아기들이 부지기수로 탄생해 삶의 근저가 흔들릴 수 있다. 만약 선진국에서 초인 아기들이 1년에 100명씩 태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는 끔찍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또 크리스퍼 시스템은 시술 과정에서 다른 DNA를 건드려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오류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타나기에 몇 년 후 뜻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킨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기술이 발전해 이 오류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기술은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허 교수를 구속했고, 징역 3년 형에 처했다. 그는 부모의 승낙을 얻어 건강한 아기를 출산시켰으나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통합생물학과 라스무스 닐센 교수팀은 허 교수가 편집한 유전자인 CCR5 유전자 변이를 유전자 한 쌍에 모두 가진 사람이라면 사망률이 21%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허 교수의 연구는 윤리적 논란뿐 아니라 법 위반, 건강한 아기 출산의 실패 등 세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허 교수가 탄생시킨 ‘루루’와 ‘나나’가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각계각층의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 질병의 근원을 제거한 아기의 출산, 더 나아가 초인을 만들려는 노력은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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