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PRC “우리 응급의료, 대혁신 필요하다”

‘응급실 체류 제한 5%’ 원칙. 응급실 내원 환자의 5% 이상은 24시간을 초과해 응급실에 체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응급의료 시행규칙(재20조 2)이다. 2017년부터 생겼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원활한 응급의료를 위해 만든 원칙이지만, 이 때문에 엉뚱하게도 말기 암 환자들을 ‘응급실 애물단지’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상태가 좋은 암 환자들은 병원 수익원이지만, 말기 환자가 되면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데다 합병증 위험 탓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점도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조차 이들을 피하는 한 이유다.

“중증 말기 암 환자가 응급상황을 맞아 응급실을 갔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일반병실이 나오지 않으면 강제 퇴원해야 한다. 말기 암 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쫓겨나 이 병원 저 병원 떠도는 ‘난민’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

이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KCPRC)는 지난달 초, 보건복지부에 ‘응급실 체류 시간제한에 관한 행정조치’에 관한 답변을 요구하고, 면담도 요청했다. “이 조치가 현 정부의 필수의료(중증환자와 관련된) 보장성 강화에 적절한 제도냐”고 물은 것이다.

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응급실 체류 제한 이유가)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환자를 중심으로 응급실 환자의 과밀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요지로 상투적인 답변서만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은 엉성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답변서가 나온 다음 날, 대구에선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119구급차를 타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이에 협의회는 2일 “이번 사건을 통해 일반 응급환자조차도 수용할 수 없는 우리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드러내며 젊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했다”며 “뒤늦게 대책반을 꾸리고 현장 점검 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정부 태도와 자세에 형언할 수 없는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어 “응급환자를 거절한 지역 의료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면서 “조사 후 책임 소재를 밝혀 관련자가 있다면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김성주 대표는 “현재의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사건이 날 때마다 말로만 ‘필수의료’와 ‘중증환자 치료 강화’를 내세우지 말고, 즉각적인 실효적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대표. [사진=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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