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소아 대상 ‘로봇 갑상선 수술’ 성공

체구 작아 수술 난이도 높아...부갑상선 보존 등 이점 커

목 앞에 위치한 갑상선 부위.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해 대사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magicmine/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의료진이 소아 환자 대상으로, 로봇 갑상선 절세술을 시행하는데 성공했다. 소아에게 적용한 세계 첫 사례다.

소아 대상으로 이 수술을 시행하는 건 성인 대비 난이도가 높지만, 목 부위를 절제하는 기존 수술보다 부작용이 줄어드는 등의 장점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최준영 교수팀(유형원 교수, 김우철·이자경 전임의)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그레이브스병(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고 있는 5세 여아에게 ‘바바 로봇 갑상선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바바 로봇 갑상선 절제술의 ‘바바(BABA)’는 ‘양쪽 겨드랑이-유방 접근법(Bilateral Axillo-Breast Approach)’의 약자다. 이 수술은 유륜(젖꼭지 주변 거무스름한 부분)과 겨드랑이에 1cm 미만의 작은 절개창을 만들어 갑상선을 절제한다.

2008년 분당서울대병원이 세계 최초로 이 수술을 시행했는데, 목에 흉터가 안 남고 수술 후 출혈, 목소리 변화, 유착,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이 입증돼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단, 소아 환자는 체구가 작아 로봇 수술의 난이도가 높다. 로봇 수술은 절개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시행한다. 로봇팔이 수술 부위에서 자유롭게 회전하거나 각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아는 몸이 작아 로봇팔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이로 인해 소아 대상으로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할 땐 눈에 띄는 흉터가 남더라도 목 앞 부위를 절개하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최 교수팀은 18kg에 불과한 5살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갑상선 수술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기존 상식의 틀을 깼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이번 수술을 감행한 이유는 소아의 신체 구조나 신경 형태 등이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숙련도만 있다면 피판(수술 공간 확보) 범위를 넓히지 않고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소아 대상 로봇 갑상선 절제술이 가진 장점도 있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부갑상선 조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수술 시 해당 조직을 보존하기에 용이하다. 부갑상선은 혈중 칼슘 수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수술 중 이 부위가 손상되면 소아 환자에게 손발저림, 근마비, 성장장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최 교수는 목에 큰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미용적 측면, 목소리 변형이나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낮다는 점도 어린 환자의 성장 과정에 중요한 부분으로 보았다. 이번 수술 사례는 국제학술지 ≪두경부(Head and Neck)≫에 최근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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