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의 정신연령이 3~4세인 까닭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악성댓글과 악플러 1)-악플러의 특징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여지없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악성 댓글이 넘쳐났다. 보호마스크를 쓰며 투혼을 발휘했던 손흥민의 계정도 예외가 없었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다소 떨어진 경기력을 보인 권창훈의 여자친구에게까지 악플 테러가 벌어졌다.

2019년 10월 가수 설리가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자 이듬해 8월 포털사이트의 연예, 스포츠 기사의 댓글창이 폐쇄됐다. 그러자 악플러들은 SNS를 돌아다니며 댓글을 달고 있다. 지난해 8월 배구선수 김인혁(27·삼성화재 블루팡스)은 인스타그램에 “저를 옆에서 본 것도 아니고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를 괴롭혀온 악성 답글은 이제 그만해달라. 버티기 힘들다”면서 고통을 토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1만 명 이상의 온라인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이 발생하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 때문에 구속된 사람은 43명에 그쳤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악플 방지 효과가 기대되는 두 법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초등학생들 600여 명을 조사해보니 악성 댓글 작성 이유에 대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34% ▲크게 문제가 되지 못하리라 생각이 들어서 28% ▲익명이어서 상대가 알지 못하기에 27% ▲재미있어서 10% 라고 답변했다. 성인도 이런 이유에서 악풀을 단다고 생각한다. 악성 댓글 가해자는 20대가 가장 많고, 50대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다음 특징을 갖고 있다.

1)자존감이 낮다=다른 사람들의 외모, 업적, 성취를 비하하고 공격하면서 자신 내부의 부정적인 가치관이나, 불만족한 자신의 삶을 들어내는 것이다.

2)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고 시기심이 많다=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심리는 왕따를 하는 청소년의 심리와 비슷하다. 남을 끌어내리고 비난, 비판, 평가하면서 심리적인 우월감을 느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3)자신의 억압된 심리를 피해자에게 투사한다=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자신 내면의 심리를 투사하거나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에 억눌린 부정적 짐을 덜어내며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4)상대방에게서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청소년들은 이성에게 관심을 받고 싶을 때, 괜히 이성에게 시비를 걸고 건드리는 행동을 한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동기가 강하다. 긍정적인 칭찬이나 반응은 피해자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부정적인 댓글에는 피해자가 격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악성 댓글 게시자들은 이러한 반응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떼를 쓰는 어린이와 비슷하다. 상대방을 괴롭히면서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들의 정서적인 나이는 3~4세 정도이다.

5)대인 관계가 취약하다=악플러들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내성적이고, 외톨이고, 대인 관계가 불안해서 가상의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게임이나 악성 댓글 등을 통해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인터넷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상호 작용한다. 악성 댓글 게시자들은 방안에서 외롭기에 악성 댓글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6)반사회적 인격경향이 있다=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반사회적 반도덕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동적으로 만족한다. 반사회적 성격자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상대방이 어떤 고통을 겪을 것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동물을 학대하면서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즐긴다. 악성 댓글자들이 상대방에게 심리적 상처와 피해를 준다는 공감력이 있다면 고의적으로 악한 행동을 지속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공감과 수용 능력이 결여되었기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피해자를 무차별하게 공격한다. 일부는 남을 괴롭히면서 즐기는 반사회적 경향의 성격 소유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7)악성 댓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일 수 있다=요즘 일부 유튜버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주제로 방송하면, 해당 유튜버 조회 수가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유튜브 동영상 제공자 활동으로 인한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피해자의 문제를 과대 포장해서 관심을 부를 만한 제목으로 피해자를 계속 가해한다. 남의 불행을 먹잇감으로 이용해서 돈을 갈취하려는 사람들아다. 이들의 ‘계략’에 일반인들이 반응하면서 동영상 조회 수가 올라간다. 돈을 벌게 해 주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의식이 있고, 품위 있는 사이버 관중이 필요하다. 불량 유튜브 영상에 관심을 주지 말아야 이들이 퇴출당한다.

악플을 다는 사람은 이처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 악플을 달지 않으면 불안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사냥감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당분간 댓글을 달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컴퓨터를 멀리 하면서 자신의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도저히 악플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에는 심리학자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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