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게으름 탓?… “개인 책임으로 전가하면 안 돼”

비만 전문가들, "정크푸드 규제 등 정책적 변화 선행돼야"

비만 유병률을 낮추려면 정크푸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제기됐다. [사진=Yana Tikhonova/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최근 토론회를 열어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듯, 비만으로 고통 받는 사람 역시 비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케빈 D 홀 박사, 코펜하겐대 토킬드 IA 쇠렌센 교수 등 비만 연구자들은 지난달  런던왕립학회에 모여 비만에 대한 관점을 논의했다. 이날 학자들은 “비만은 개인적 실패가 아니다”는 것에 동의했다. 1980년대 이후 비만율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의지력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만은 식탐과 게으름 탓”이라는 사회적 통념이나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신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비만은 훨씬 더 복잡하고 만성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학자들은 “비만을 개인 책임의 문제로 다루는 한 비만 유병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생물학자들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상당 부분을 ‘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으로 채운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동일한 양의 영양성분을 포함한 자연식품을 섭취했을 때보다 살이 잘 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영양성분은 부족하면서 칼로리는 높다는 의미다.

생화학자들은 가공식품에 든 화학물질을 문제 삼았다. 식품에 들어있는 첨가물, 용기 제작 등에 쓰인 물질 등이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독소로 작용하면서 비만을 촉진한다는 관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구자들은 비만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비만 위험을 증가시키는 유전자 및 돌연변이는 1000개가 넘는다. 또, 비만 상태면 암, 2형 당뇨병, 고혈압, 심장마비, 뇌졸중 등 관련 합병증을 겪기 쉽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합병증을 겪는 건 아니다. 비만은 생각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쳐 우리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비만 예방을 위해 ‘채소를 더 먹어라’거나 ‘운동을 하라’는 조언들을 하는데 이건 마치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비행기를 덜 타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비만을 개인 책임으로 전가하기 전에 정크푸드 마케팅을 제한하고, 자동판매기를 통한 탄산음료 판매를 규제하는 등 정책적 변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문세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