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르륵꾸르륵…더운 날씨 ‘장 건강’ 위협하는 불청객

날씨가 더울 때 음식물 관리 등에 소홀하면 세균성 장염이 발생하기 쉽다. [사진=LightFieldStudios/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세균성 장염처럼 무더운 날씨에서 기인한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때인 만큼, 장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최근 기온이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5월 20일에서 6월 6일 사이 56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2.8배 늘어난 수준이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더위로 인한 질환 발생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 때라는 의미다.

뜨거운 날씨는 장 건강도 위협한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는 계절에는 음식이 세균에 오염되기 쉬운데 이를 섭취하면 복통, 설사, 발열, 구토,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겨울철, 세균에 의한 장염은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이 시기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는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한여름에는 음식물 섭취와 보관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오히려 음식 관리에 부주의해 장염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세균에 감염돼 상한 음식은 가열을 해도 문제가 되니, 음식 보관·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평소 장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인구가 늘면서 장 환경이 나빠진 사람들이 많다. 매년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건데, 최근 10년 새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사람들은 세균성 장염에도 취약한 장 환경을 갖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한번 발생하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며, 당장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아니지만 악화되면 대장암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고성준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 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의 빈번한 사용 등이 궤양성 대장염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며 “장내 세균 분포를 변화시키거나 세균이 장벽으로 침투하는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은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염분과 당분이 많은 음식, 소·돼지와 같은 육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균 번식 등으로 발생하는 급성 감염은 대체로 의학적 치료 없이 증상이 완화되긴 하지만 고열이 발생하거나 탈수에 이를 수 있는 만큼 평소 취약한 장 환경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뇌 건강과도 밀접하다. 장 건강이 나빠 정신건강이 악화되면 우울감, 불안감 등이 발생하면서 과식, 폭식 등으로 또 다시 장 환경이 망가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뇌 건강을 위해서도 장을 튼튼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줄면서 위생수칙에 소홀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식재료를 청결하게 관리하고 실내에 음식을 방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보관 방법이 잘못된 음식은 아깝다고 먹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유해균을 늘리는 음식 섭취는 줄이고 유익균을 늘릴 수 있는 채식 중심의 건강한 식단을 짜는 것 역시 중요하겠다.

그렇다면 혹시 코로나19 감염으로 장염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장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현재의 장염 유행이 코로나 때문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매년 기온이 오르는 요즘과 같은 날씨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위장관 합병증 중 염증 및 혈행장애로 인한 복통, 설사 등이 장염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난 2~4월 사이에도 장염 환자가 급증하지는 않았다. 최근 발생하는 장염은 계절적인 요인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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