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수명, ‘이것’이 결정한다 (연구)

포유류 동물이 얼마나 오래 사는가는 그들의 유전자 코드가 얼마나 빨리 변이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포유류 동물이 얼마나 오래 사는가는 그들의 유전자 코드가 얼마나 빨리 변이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4년 미만을 사는 생쥐에서부터 70년 이상 사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16종의 포유류를 분석한 결과 그들이 노화로 인해 죽음을 맞을 때까지 거의 같은 수의 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된 영국 웰컴 생거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BBC가 보도한 내용이다.

변이(mutation)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의 염기서열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변이는 오랫동안 암의 근원으로 추적돼 왔으나 그것이 노화에 있어 주요 변수인지는 수십 년 동안 논란이 있어 왔다. 생거 연구소의 연구진은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최초의 실험적인 증거”를 제시했다고 자부했다.

연구진은 수명이 제각기인 16종에서 돌연변이가 얼마나 빨리 발생하는지를 분석했다. 고양이, 콜로부스(긴꼬리 원숭이의 일종), 개, 족제비, 기린, 말, 인간, 사자, 생쥐, 벌거숭이 두더지쥐, 토끼, 쥐, 반지꼬리여우원숭이, 호랑이 등이었다.

생쥐는 4년 미만의 짧은 수명 동안 일년에 거의 800개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평균수명 14년인 개의 연간변이 숫자는 약 249개, 20년 미만의 수명을 지닌 사자는 160개, 26년 가량 사는 기린은 99개였고 인간은 평균 47개였다. 더 오래 살수록 매년 변이 발생수가 더 적었다. 당신의 애완견은 당신의 유전자 코드보다 5배 더 빨리 변이한다. 만약 사람의 DNA가 쥐의 DNA와 같은 빈도로 변이가 발생한다면 5만 번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끝에 숨지게 될 것이다.

책임연구자인 알렉스 케이건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분석대상이 된 포유류가 “수명이 다 달랐음에도 수명이 다했을 때 같은 수의 돌연변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포유류의 평생 변이 발생횟수가 약 3200번에 수렴한다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3200번의 변이 숫자는 연구진에겐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신체에 있는 세포가 작동을 멈추게 만드는 결정적 숫자일 수도 있다. “나쁜 행동을 하는 몇 개의 세포”가 나이가 들면서 심장과 같은 중요한 조직을 차지하기 시작해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화는 우리 몸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단일 과정으로 귀결되진 않는다. 노화에는 염색체의 말단부를 구성하는 텔로미어의 단축과 후생유전학적 변화도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변이의 빈도가 관련돼 있다면 그것의 유전적 손상을 늦추거나 심지어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진은 이 패턴이 포유류에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지를 더 알아보려 한다. 그들은 수명이 400세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인 그린란드 상어를 포함한 물고기의 변이 빈도수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암의 가장 당혹스러운 문제인 ‘피토의 역설(Peto’s paradox) 해결에도 실마리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역학자 리처트 피토(Peto)의 이름을 딴 이 역설은 왜 코끼리나 고래처럼 덩치가 크고 수명이 긴 동물은 암 발병률이 낮은가 하는 수수께끼를 말한다. 몸 안에 세포가 더 많고 더 오래 산다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고래와 코끼리는 암에 더 잘 걸려야 함에도 암 발생률이 낮다.

케이건 박사는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자신보다 수천 배 큰 기린과 수명이 비슷하다는 점이 이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봤다. 덩치나 세포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명을 결정하는 변이 발생 비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래와 코끼리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덩치나 세포의 숫자와 상관없이 암을 억제하는 다른 메커니즘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DNA 복사본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이번 발견이 경이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의 알렉산더 고렐릭 박사와 카밀라 나세로바 박사는 인간과 생쥐의 게놈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함에도 연간변이가 인간 47회, 생쥐 800회로 차이가 매우 큰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 엄청난 차이의 발견은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618-z)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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