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숨졌는데 과학계가 슬퍼하지 않나?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과학 권위자의 쇠락

노벨생리의학상을 받는 뤽 몽타니에(왼쪽). 사진출처=노벨상위원회

1980년대 초반, 뉴욕의 응급실에 끔찍한 상태의 환자가 연이어 실려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건강상태가 극히 나빴고 주폐포자충 폐렴(pneumocystis pneumonia) 같은 기회감염(면역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감염)에 시달렸다. 또,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매우 심각해서 곧 호흡곤란이 악화하고 객혈을 보이며 사망했다. 특이하게도 환자는 동성애자 혹은 마약중독자란 공통점이 있어 질환은 곧 ‘게이 폐렴’이란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한 의사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그 신종질환의 기세는 무시무시했고 뉴욕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L.A와 시카고 같은 미국의 다른 대도시뿐만 아니라 런던과 파리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중은 공포에 떨었고 그런 상황을 이용한 유언비어가 퍼졌다.

극단적인 종말론자는 ‘최후의 심판이 다가왔다’고 외쳤고 보수적인 종교인은 ‘신의 섭리를 어긴 형벌’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질환은 ‘최후의 심판’도 아니고 ‘신의 섭리를 어긴 형벌’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감영병이며 인체의 면역을 파괴하는 바이러스, 특히 레트로 바이러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 학계에서 지지를 얻었으나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1983년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원이 해당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림프절에서 한번도 본적없는 레트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훗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란 이름을 얻은 바이러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병원체를 밝힌 순간이다. 그 연구원이 바로 뤽 몽타니에(Luc Montagnier)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하던 로버트 갈로(Robert Gallo)도 같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리하여 몽타니에와 갈로는 ‘누가 AIDS의 병원체를 발견했느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대립은 프랑스와 미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발전해서 승리자는 노벨상을 받을 테지만 패배자는 역사의 뒤편으로 잊혀질 상황으로 치닫았다.

그때, 조너스 소크(Jonas Salk)가 둘을 중재했다. 1950년대 중반 ‘최초의 상용화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던 소크가 몽타니에와 갈로를 중재한 것에는 개인적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너스 소크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최초의 상용화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앨버트 세이빈(Albert Sabin)도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 그러니까 생백신 방식으로 새로운 소아마비 백신을 상용화했고 처음에는 ‘어느 백신이 보다 효과적이며 안전하냐?’, 나중에는 ‘누가 소아마비 퇴치에 더욱 공헌했느냐?’를 두고 논쟁했다. 그 이면에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으려는 경쟁이 크게 작용했는데 안타깝게도 소크와 세이빈, 모두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소아마비 백신을 두고 세이빈과 대립하다가 둘 다 노벨상을 놓친 기억 때문인지 소크는 적극적으로 갈로와 몽타니에를 중재했다. 그리하여 몽타니에는 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한다(흥미롭게도 몽타니에의 공동 수상자는 갈로가 아니었다. 갈로는 몽타니에와 화해한 후, 함께 많은 상을 받았으나 노벨상은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몽타니에의 이후 행보는 조금 이상하다. 갈로와 함께 ‘HIV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겠다’며 연구할 때까지는 여전히 훌륭한 평판을 지닌 바이러스학자이며 ‘HIV를 비롯한 레트로 바이러스에 대한 권위자’가 틀림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주류의학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항생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다’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리하여 그는 ‘1980년대의 영광을 추억하는 늙은이’로 무대에서 밀려났다.

그래도 여전히 ‘존경받는 원로’의 자리를 유지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퇴락시키는 행위를 저질렀다. ‘노벨상 수상자이며 저명한 바이러스 학자’란 옛 명성을 이용하여 ‘백신반대론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백신을 접종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한다’는 괴이한 주장을 펼쳤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부스터샷을 접종하면 HIV에 감염된다’는 주장을 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공개했지만 여전히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저 ‘나는 노벨상을 받은 권위자이며 HIV를 발견한 전문가다’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래서 지난 2월 8일, 몽타니에가 사망하자 언론은 ‘노벨상 수상자이며 존경받는 의학자’란 문구가 아니라 ‘노벨상의 권위를 이용하여 백신반대론을 펼친 음모론자’란 표현을 사용했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육체와 정신의 쇠락’도 마찬가지다. 위대하고 훌륭한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때 찬란한 업적을 이룩한 ‘권위자’도 시간이 흐르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편협한 태도로 비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마련이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런 현상을 찾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의학의 영역에서 그 해악이 한층 도드라진다.

정신이 쇠락하여 비합리적인 주장을 고집하면 정치인은 잊혀질 것이고 작가는 독자를 잃을 것이며 과학자는 학계에서 외면당해 사라질 것이 틀림없지만, 의학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을 교묘하게 이용해 대중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OO대 의대 주임교수’, ‘OO학회 이사장’, ‘OO학회 회장’ 같은 ‘과거의 업적으로 만든 권위’를 이용하여 주류의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그런 부류에게 한층 활발하게 활동하여 대중에게 더 큰 해악을 끼칠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그러니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에도 ‘과거의 업적으로 만든 권위’를 이용하여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으면 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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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유시민

    누구말처럼 60이넘으면 뇌가썩는가봅니다.

  2. 신난다

    노벨수상자 몽타니에 박사가 예방접종을 바이러스에게 먹이를 주어 변이를 촉진하는 행위이다 따위의 어이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대체 누구인가 검색하다가 기사를 봤네요 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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