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이 따로…의료진도 어려운 의료법

[서상수의 의료&법] ⑧간호기록부 작성의 적법 테두리

K의료원의 간호사 A는 환자 B에게 호흡관을 삽입하기 위하여 생리식염수와 향정신성의약품인 최면진정제 도미컴(미다졸람)을 혼합해 주사했다. 이러한 투약 및 처치에 관한 사항을 간호일지와 섭취 및 배설량기록부에는 기록했지만 투약 및 처치기록부에는 기록하지 않았다. 환자는 회복 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돼 간호사를 고발했다. A는 간호기록부 작성의무에 관한 의료법위반(간호기록미기재)죄로 입건됐고, 검찰은 간호사 A에 대하여 범죄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를 유예해준다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다. 간호사 A는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간호사 A가 간호기록부 작성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에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고 환자의 주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 제3호에서는 간호기록부의 기재사항으로 간호를 받는 사람의 성명, 체온·맥박·호흡·혈압에 관한 사항, 투약에 관한 사항, 섭취 및 배설물에 관한 사항, 처치와 간호에 관한 사항, 간호 일시를 규정하고 있어 간호사에게 구체적인 간호기록부 작성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기록부 작성의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내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진료기록부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정확하게 기록함으로써 진료의사에게는 후속치료에 도움이 되게 하고, 타 기관의 다른 의료인에게도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가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진료 후에도 해당 의료행위가 적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며, 간호사에게도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른 정확한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담보하는 것으로 그 작성 및 보관은 의료인의 매우 중요한 의무사항이다.

다만 의료법위반(간호기록미기재)죄의 성립 여부는 전적으로 위 시행규칙상 각 사항을 간호기록부 작성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정확하게 모두 기재하였느냐 여부만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간호사가 간호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위 시행규칙에서 정해 놓은 대로 빠짐없이 기록했고, 또 기재된 곳이 적어도 간호기록부로 평가되는 기록부에 기재됐다면, 그 명칭의 여하 및 동일한 기록부에 일관되게 기록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 법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간호기록부에 모두 기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견해다.

그리고 진료기록부 작성의 구체적인 시기 및 방법은 의료행위의 내용과 환자의 치료경과 등에 비춰 기록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당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다(대법원 1997.8.29. 선고 97도1234 판결 등).

이에 따라 위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간호사 A는 의료법위반(간호기록미기재)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기소유예처분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01.2.22.자 2000헌마604 결정).

이와 같이 간호기록부에 관한 법리는 여타의 진료기록부에 관하여도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결국 진료기록부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명칭의 기록부들로 나눠져 있어도 의료법상 진료기록 작성의무의 위반 여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명칭의 기록부에 기재하였는지 여부 또는 특정한 기록부에 일관적으로 기재하였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진료기록부에 포함되는 기록부에 기록한 것이라면 법령에 따라 기록하여야 할 사항들을 정확하게 기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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