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초기부터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환자들이 당뇨병 같은 다른 질환을 갖고 있었기에 의료진은 이를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만 그 자체가 코로나19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확신하는 의료진이 많아지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특히 지난 10월 생물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체지방 내 지방세포와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중증질환을 유발한다고 전했다.

스탠포드대 의대의 트레이시 맥러플린과 캐서린 블리시 교수팀이 이끄는 연구진은 비만 수술환자의 지방조직이 코로나19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를 실험했다. 지방조직은 지방세포와 지방세포로 성숙하는 지방전세포 그리고 대식세포 같은 면역세포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방세포를 감염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강한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대식세포를 감염시켰을 경우 강력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기이하게도 지방전세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진 않지만 염증반응을 증폭시켰다.

염증은 침입자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며, 때로는 너무 격렬해서 그것을 촉발한 감염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맥러플린 교수는 내부 장기를 둘러싼 복부지방을 언급하며 “지방 덩어리가 많을수록, 특히 내장지방 덩어리가 많을수록 염증 반응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블리시 교수는 “정말로 아픈 환자의 혈액에서 관찰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반응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지방조직에서도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의대의 비슈와 딥 딕시트 교수(비교의학 및 면역학)는 “지방조직이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아킬레스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도 설명해줄 수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대부분의 미국 성인은 과체중이며 비만 비율은 42%나 된다. 특히 미국의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 알래스카 원주민의 비만율은 백인과 아시아계보다 높은데 이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백인 사망률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숨진 유럽환자에게서 확보한 지방조직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딕시트 교수는 지방조직이 병원균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와 독감바이러스도 인체의 체지방에 둥지를 튼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데이비드 카스 교수(심장내과학)는 “만일 당신이 비만이라면 당신의 몸에서 가장 큰 단일기관이 지방”이라면서 “예를 들어 정상체중이 77kg인 사람이 113kg까지 나가면 코로나바이러스가 거기에 머물면서, 증식하고, 면역체계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저수지를 제공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탠포드 연구진은 체지방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급성질환에서 회복된 뒤에도 몇 주 또는 몇 달간 피로가 지속되는 ‘장기 코로나19’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는 환자의 체중과 체지방을 감안해 처방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주소(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1.10.24.465626v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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