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만 5번” 난치병과 싸우는 생후 7개월 아기

태어나자마자 4개월간 로얄아동병원에서 지낸 에블린. [사진=Jennie Andrews/ABC news]
열 달간 뱃속에 품은 아이를 단 몇 분간만 안아주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감염 위험 때문에 면회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다.

9일 ABC뉴스는 선천성 희귀난치병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을 떠나 중환자실에서 4개월 이상을 보낸 아이 소식을 전했다.

지난 5월 호주 빅토리아주의 도시 밸러랫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에블린은 이내 멜버른의 로얄아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이가 부모 품에 안길 수 있었던 시간은 단 몇 분이었다. 에블린은 희귀질환 로빈증후군과 스티클러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태어나서 첫 4개월을 호흡기를 달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했으며, 생후 7개월이 될 때까지 5차례 수술을 받았다. 코로나19 규정 때문에 부모는 번갈아가며 병실에 있는 아이를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에블린 부모는 번갈아가며 아이를 보러 왔다. [사진=Jennie Andrews/ABC news]
에블린이 앓고 있는 로빈 증후군(Robin syndrome)은 작은 턱,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개열, 혀가 목 뒤쪽으로 밀려 있는 설하수증 등이 대표 증상이다. 1926년 피에르 로빈에 의해 알려져 ‘피에르 로빈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에 따르면, 아래턱이 매우 작은 증상이 91.7%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10~12mm 들어가 있는데, 약 5~6세가 되면 정상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로빈 증후군 환자의 70~80%는 혀 근육이 짧고 뒤쪽 아래로 밀려 있는 설하수증을 보인다.

문제는 혀 기저부가 기도로 말려들어가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턱증과 설하수증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심각한 호흡장애가 생기고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성장지연이 나타난다. 환자의 80%가 중이염을 겪으며, 귓바퀴 모양이 기형이 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신 7~11주경 태아의 아래턱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거나 양수가 부족해 털 발달에 장애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부는 유전으로 발생한다. 임신 중일 때 초음파 검사로 로빈 증후군 특징 소견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아이가 태어난 이후 정밀검사로 진단을 내린다.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기 위해 수술 및 치료를 시행한다.

에블린이 진단받은 또 다른 질환 스티클러 증후군(Sticklers syndrome)은 주로 유전으로 나타난다. 콜라겐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청력장애와 시력감소, 척추측만, 망막이상, 근시, 입천장 기형 등의 복합적인 증상을 보인다. 얼굴이 평평하면서 코가 낮으면서 짧고 얼굴 중앙과 아래턱이 잘 발달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심장, 안구 청력 검사를 받으며 이상증상에 맞춰 치료한다.

퇴원해 고향 밸러랫으로 돌아온 에블린 가족. [사진=Jennie Andrews/ABC news]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로빈 증후군은 신생아 8500명~3만 명 중 한 명꼴로, 스티클러 증후군은 70~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희귀질환인 탓에 정보가 부족해 환자와 가족들은 더욱 지치기 쉽다. 로빈 증후군과 스티클러 증후군을 모두 진단받은 에블린의 가족도 마찬가지. 언제 호흡기를 떼어낼지, 퇴원하고 집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 모른 채 막막함과 좌절감을 느낀 에블린 부모에게 힘이 된 것은 다름아닌 지역사회 후원이었다.

온라인 모금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게재한 후 1만2500달러 이상 금액과 함께 진심어린 메시지가 모였다. 에블린 엄마 제니 앤드류스는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우리를 지지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펀드미 지역 매니저 니콜라 브리튼은 “팬데믹으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공감 피로가 늘어났다. 코로나19 기간에 기부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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