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용 전류장치’ 뇌이식으로 우울증 맞춤형 치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뇌에 작은 성냥갑 크기의 전류발생 장치를 이식해 우울증 치료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CNNBBC는 최근 «네이처 메디슨»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진과 해당 수술을 받고 1년이 지난 사라(36)라는 여성 환자와 인터뷰를 통해 4(현지시간) 이를 자세히 보도했다. 

몇 년간 항우울증 치료와 전기자극 요법 치료를 받았지만 우울한 기분을 떨쳐 낼 수 없었던 사라는 이 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첫 전류자극을 받고 행복의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가짜 웃음이나 강요된 것이 아닌 자발적 웃음은 5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즐거운 느낌이 저를 휩쓰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 보는 렌즈가 바뀐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몇 주 만에 자살충동에서 벗어나게 됐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지금까지 의욕이 충만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뇌 속에 이식된 장치는 항상 켜져 있되 필요하다는 판단이 드는 경우 하루 30분씩 가동한다. 그는 이 장치가 가동될 때 물리적으론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지만 “15분 안에 장치가 작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활력과 에너지, 긍정적 감정이 밀려드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CSF 연구진은 사라의 케이스가 심각한 우울증 환자에 국한되고 그의 뇌회로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한 첫 번째에 불과함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몇 년 간의 추가연구를 통해 그 혜택이 보다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UCSF의 정신과의사이자 신경과학 전문가인 캐서린 스캔고스 교수는 사라의 뇌에서 우울증 회로를 찾아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먼저 사라가 우울증의 최악의 증상을 경험했을 때 뇌의 상태를 지도화하기 위해 두 개의 작은 전선을 그녀의 뇌에 이식하여 연관된 뇌 활동을 감지했다. 그 결과 해부학적으로 귀 옆에 위치한 복부선조체에 자극이 이뤄졌을 때 사라의 우울감이 사리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뇌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통해 최악의 우울증을 예측할 수 있음을 찾아냈다.

연구진의 일원으로 신경외과 의사인 에드우드 창 교수는 편도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해 복부선조체에 이를 억제시키는 자극을 가할 방법으로 뇌전증(간질)치료를 위해 개발된 전류발생 장치를 이식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장치로 간질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우울증 증세도 덩달아 개선됐다는 보고를 토대로 한 결정이었다. 창 교수는 “이런 방식이 우울증 치료에 전에 없던 정밀함을 부여했지만 정확이 어떻게 치료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두개골에 전류장치, 하루 30분 자극

연구진은 이를 위해 사라의 두개골의 일부를 제거하고 배터리와 맥박 발생기가 들어 있는 그 상자는 그녀의 두피와 머리카락 사이에 부착했다. 전신마취 상태에서 하루 종일에 걸친 수술로 이식된 이 장치는 사라의 우울증세가 고조될 때에 맞춰 하루에 30분 정도만 작동한다. 스캔고스 교수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면 배터리가 10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라의 케이스가 성공한 것에 힘 입어 2명의 다른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에 착수했고 9명의 환자를 추가적으로 더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캔고스 교수는 “환자들마다 우울증회로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좀더 폭넓게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 전문가인 조나단 루와저 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우울증 치료가 안 되는 심각한 환자들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면서 “단 한 명의 환자만 있었고 통제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효과가 발휘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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