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담도 내시경치료 세계 의사들의 ‘선생님’

[대한민국 베닥] ㉓담·췌장 분야 내과치료 서울아산병원 서동완 교수

지난 3월 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내시경협회(WEO)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서동완 교수(57)는 고심 끝에 출국을 결정했다. 당시 브라질은 안전지대였고, 학회 운영위원장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 학회를 취소나 연기하기보다 의료인들끼리 내시경치료의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서 교수는 30여 개 세부 심포지엄에 5000여명의 의료인이 참석하는 ‘내시경 하계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서 교수는 이처럼 소화기 내시경 분야의 국제 학계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내시경초음파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으면서 WEO의 사무총장, 재무이사 등을 역임해왔다. 2011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GSE)에서 조주영 순천향대병원 교수(현 분당차병원 교수)를 비롯한 세계 11강이 참석한 ‘내시경월드컵’에서는 ‘붉은 악마’ 차림의 심판으로 참석, ‘내시경 강국 대한민국’을 간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서 교수는 또 WEO내에 ‘내시경초음파 교육프로그램(WISE)’을 개설해서 지구촌 의사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젊은 교수들 가운데 지원자를 받아서 엄격한 심사 끝에 선발하고,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토록 해 내시경초음파 술기를 교육하고 있는 것.

2018년에는 영국, 이탈리아,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등 6명, 2019년에서 10명의 ‘젊은 의사들’을 교육했다. 실습으로는 살아있는 돼지를 대상으로 내시경초음파 유도하 췌장낭성종양 치료술, 고주파치료술, 담즙배액술 등을 가르쳐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30여 명에게 내시경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다. 서 교수는 또 2007년부터 미국, 중국, 싱가포르, 프랑스 등 각국을 방문하며 의사와 환자들을 대상으로 내시경초음파 시술을 시연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사는 서 교수를 통해 ‘K-메디’의 우수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담·췌장질환 내과 분야의 베스트닥터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제가 어떻게? 세브란스병원 송시영 교수나 서울대병원 김용태 교수, 우리 병원의 김명환, 이성구 교수처럼 경륜 많은 대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서 교수는 특히 췌장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췌장낭성종양 환자를 에탄올로 치료하는 것을 비롯, 담·췌장의 내시경초음파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서 교수는 “어쩐 일인지 모르겠지만 전국의 췌장낭성종양 환자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온다”고 했는데, 기자가 인터넷의 환우회 카페를 확인했더니, 친절하고 꼼꼼한 진료에 대한 추천 글들이 가득했다.

서 교수는 소화기내과 교수가 되지 못할 뻔 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대 본과 때 사람의 장기를 총체적으로 보며 전인적 치료를 하는 내과에 끌려서 진로를 정했지만,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친 뒤 내과 전공의 선발에서 떨어졌다.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며 충북 보은면 회남면의 수몰지역 무의촌에서 주민들을 진료했고, 모자보건센터에서 아기 100여명을 출산시키기도 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서울대병원 전공의에 재도전하려는 순간,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의 전공의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 신시내티대 의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홍창기 교수가 “의사는 환자의 병만 볼 것이 아니라 병을 가진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이문호 원장의 철학에 이끌려 내과 과장으로 부임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막상 지원해보니 도제식 교육이 아니라, 문제해결형 수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의학계의 철학자’로 불렸던 홍 과장은 매일 아침 전공의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침보고서’를 쓰게 했다. 대학교 때 꿈꿨던 전인적 내과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몸은 고달팠지만, 매순간 고민하면서 신나게 환자를 봤다.

그는 전공의 3년차 때 약 처방뿐 아니라 시술을 병행하면서 병세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소화기내과를 선택했고, 전임의 2년차 때 민영일 과장(현 비에비스나무병원 대표원장)의 권고에 따라 췌·담도를 평생의 전공으로 선택했다. 이 분야에서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의 세계적 대가인 김명환 교수, 담도경 시술의 명의인 이성구 교수 등의 포진해 있어 이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방사선 피해를 막기 위해 납으로 된 갑옷을 입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느라 요통이 생기기도 했고, 한밤중에 시술이 끝나서 자정이 지나 회진을 돌며 다른 환자 깨지 않게 소곤소곤 환자와 대화해야만 했다.

서 교수는 2003년 이성구 교수와 함께 내시경초음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전에는 수술로 조직을 절제해서 조직검사를 하고 병 진단을 해야 했지만, 아산병원에서는 내시경초음파의 별도 구멍에 침 하나를 넣어서 조직검사를 함으로써 수술을 하지 않게 돼 환자의 불안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2005년 미국 하버드대 윌리엄 브루게 교수의 논문을 보고 무릎을 쳤다. 입안으로 내시경초음파를 넣어 췌장 낭성종양의 조직검사를 하면서 미세한 침을 꽂아 물혹의 물을 빼낸 뒤 에탄올로 낭성세포를 씻어내는 방법이었다.

췌장에 생긴 물혹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일부는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췌장 일부를 수술로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수술 뒤 당뇨병, 소화기장애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새 치료법은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루게 교수 논문의 치료성적은 30%대로 썩 좋지 않았지만, 이론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서 교수는 미국소화기학회에 참석했을 때 직접 브루게 교수를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치료설계를 개선해서 세척액에 항암제 탁솔을 넣는 방법으로 치료성적을 갑절로 향상시키고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발표했다. 서 교수는 치료법을 개선시키고 있으며 현재 250여 명의 환자 가운데 80%에게서 종양이 없어지거나 추적 관찰만 해도 될 정도로 될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과제로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고주파 치료기와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0명의 췌장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이 치료법을 시행한 뒤 13개월간 추적 관찰했더니 7명은 췌장 종양이 없어졌고 나머지 3명도 종양 크기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일부 양성종양에서만 신의료 기술 허가가 났지만, 이론적으로는 다른 양성종양에도 적용할 수가 있으며, 고형암 환자에게 이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병행해서 환자가 덜 고통스럽게 삶의 질을 유지하게 도울 수가 있어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서 교수는 “췌장암, 담도·담낭암 환자를 속절없이 떠나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췌장암은 수술 받을 수 있는 경우가 20% 이하입니다. 다수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을 받는데다가 수술한 경우라도 75~80%가 재발해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요. 항암제가 거듭 개발됐지만 20년 전보다 환자가 체감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지 의사로서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의사들 모두 늘 가슴에 손을 얹고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환자를 위한 치료를 하고 있는지, 매뉴얼에 따른 치료를 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베닥은 의사–환자 매치메이킹 앱 ‘베닥(BeDoc)’에서 각 분야 1위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80개 분야에서 의대 교수 연인원 3000명의 추천과 환자들의 평점을 합산해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통해 참의사의 본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는 베닥 선정을 통한 참의사상 확립에 큰 힘이 됩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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