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 콩팥병 환자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이 끝나고 투석환자 중 한 분이 필자에게 약 통을 하나 꺼내 보여주면서 먹어도 되냐고 문의하셨다. 비타민 A와 E로 구성된 비타민이었다.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 엄마에게 시력이 좋아지라고 아들이 드린 명절 선물이다. 아들의 엄마에 대한 마음이 가득 담긴 귀한 선물이다. 그래서인지 ‘만성콩팥병 환자는 아무 비타민이나 복용해서는 안되니 드시지 말라’고 하면서도 마음은 불편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비타민을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시중에는 종합비타민, 또는 멀티비타민이라고 하여 여러 종류의 비타민이 나와 있다. 비타민의 이름에 따라 들어있는 성분의 종류와 양이 각각 다르긴 하지만 주로 비타민 A, D, E, K, B복합체 8가지, C와 칼슘, 철, 아연, 구리, 셀레늄, 요오드, 망간, 몰리브덴, 크롬과 같은 미네랄로 되어 있다. 마그네슘, 칼륨, 니켈, 루테인, 라이코펜 같은 성분이 첨가된 비타민도 있다. 이들 비타민은 에너지 충전(B₂, 나이아신), 정상 면역기능(아연), 신진대사(B₁, 판토텐산, 비오틴), 항산화(E, C, 셀레늄), 혈액 생성(철, 엽산, B₁₂), 피부 건강(A), 뼈 건강(D, 칼슘, 망간), 눈 건강(A)에 효능이 있다 한다. 효과도 다양하고 좋은 데다가 가격도 아주 고가는 아니어서 명절에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친척, 지인에게 큰 부담 없이 선물하기에 적격이다.

콩팥병 환자는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종합비타민, 또는 멀티비타민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다’이다. 몸에 좋으라고 먹은 종합비타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종합비타민에 함유된 지용성(脂溶性) 비타민(A, D, E, K) 때문이다.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녹는 비타민이라는 말에서 감이 잡히듯이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간이나 피하지방에 축적되고 많이 섭취하면 독성이 올 수 있다. 특히 눈 좋아지라고 먹는 비타민 A는 과잉 섭취 시 몸에 두통, 구역질, 식욕부진과 간독성 등 독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D는 콩팥병 환자의 부갑상선 기능 항진과 관련된 골질환 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비타민이니, 몸에 좋으니 하면서 임의로 복용하면 안 되고 꼭 의사와 상의한 다음에 먹어야 한다. 또한 종합비타민에 함유된 미네랄 중 칼륨이나 마그네슘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좋지 않다. 고칼륨혈증이나 고마그네슘혈증을 일으켜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종합비타민에 남성용, 여성용, 어르신용, 아이용 비타민이 따로 있듯이 콩팥 환자용 비타민도 따로 있는 것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용 비타민은 2가지 정도가 시중에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수용성 비타민(B, C)만 들어 있다. 티아민(B1), 리보플래빈(B2), 나이아신(B3, 니코틴산), 피리독신(B6), 판토텐산(B5), 코발라민(B12), 엽산(B9), 비오틴(B7)의 8종의 비타민 B 복합체와 비타민 C가 그것이다. 특히 콩팥환자용 비타민에는 엽산과 비타민 B12가 더해져 있다. 이들 비타민은 콩팥병의 빈혈 예방에 필요하고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고호모시스테인증을 치료하는데 엽산과 피리독신이 도움이 된다. 콩팥환자용 비타민에는 철분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빈혈을 조혈호르몬으로 치료할 때 철분은 따로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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