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자 퇴원 후 관리 ‘사각’ 사라질까

본격적인 병마와의 싸움은 퇴원한 뒤부터다. 암이나 뇌졸중 등 중증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진 환자들은 더욱 그렇다. 제대로 병세를 관리하지 못하면 사망하거나 재입원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퇴원 후 증후군(post-hospital syndrome)’이라 부른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를 보면 퇴원한 메디케어(미국 노인의료보험제도) 환자의 40%가 한 달 내 재입원해야 할 만한 퇴원 후 증후군을 겪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클리닉에 따르면 퇴원한 중증질환자의 근육 손상과 손실, 신경병증 유병률과 발생률은 40~70%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을 의료계도 잘 알고 있다. 국내 한 인식 조사에서 재활의학과 전문의 대부분은 부인암, 대장암, 전립선암 환자에게 재활치료를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의술의 발달로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퇴원 후 관리에 대한 대한 환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증질환자를 위한 퇴원 후 관리 체계는 이러한 관심과 수요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한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관리보다 치료에 드는 의료비 경감이 목적이고, 재활치료는 건강보험 수가에 꼬리를 잡힌 형국이다.

— 중증질환자 ‘퇴원 후 증후군’ 우려-재택 자가관리 ‘라이프매니저’ 주목

상당수 중증질환자들은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간다. 뇌졸중 환자 7800여명을 추적하는 KOSCO(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 연구에 따르면 급성기 치료 후 환자 10명 중 6명이 퇴원해 집으로 갔다. 퇴원을 앞둔 중증질환자들은 치료와 예후에 대한 간호요구도가 높다. 그만큼 질환별로 특화된 퇴원 후 교육과 재택 예후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퇴원 후 환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한 중재와 재발 방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의료 분야에 몰아치면서 IoT(사물인터넷)와 모바일 등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중증질환자의 퇴원 후 관리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헬스IT 전문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가 개발한 ‘라이프매니저(LifeManager)’가 선도적 서비스다.

라이프매니저는 IoT 의료기기를 활용한 모바일 앱(App) 기반의 퇴원 후 재택 자가관리 서비스로, 연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암종과 뇌신경질환 등 질환별로 특화된 앱과 IoT 의료기기를 통해 환자는 복약, 운동, 생체신호 측정, 내원 등 의료진이 짜준 퇴원 후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의료진은 웹에서 원격모니터링과 일대일 상담 등으로 환자를 관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실제 라이프매니저가 중증질환자 예후 관리에 매우 유용하다는 의료진의 평가도 나왔다. 28일 라이프시맨틱스에 따르면 라이프매니저로 퇴원 환자를 관리한 의료진 10명 중 8명 이상은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환자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했다. 의료진이 짜준 케어플랜(care plan)을 충실히 수행하는 환자 순응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반년간 서울아산병원(폐암), 삼성서울병원(위암 및 대장암), 서울시보라매병원(뇌신경질환), 대구드림병원(뇌신경질환) 등 4개 종합병원에서 라이프매니저를 통해 퇴원한 중증질환자들을 관리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9명을 상대로 서비스 만족도와 유용성, 사용성을 평가한 결과다. 의료진의 85.6%가 환자 점검과 소통, 건강관리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고, 84.6%는 이 서비스를 다른 병원에도 권하겠다고 했다.

–의료진 85%, “라이프매니저 유용, 만족”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라이프매니저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는 평균 4.1점, 유용성은 평균 4.2점이었다. 의료진은 라이프매니저가 ‘환자상태를 더 자주 체크(4.1점)’하고, ‘과거보다 효율적으로 환자 건강을 관리(4.2점)’하는 데 유용하다고 했다. 또한 ‘환자와 소통이 원활(4.3점)’해지고, ‘진료할 때 앱으로 수집된 정보를 참고(4.3점)’하는 데 유용해 ‘중증질환 관리에 좋은 방법(4.1점)’일뿐더러 이러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의향(4.0점)’이 있다고 했다.

라이프시맨틱스측은 “환자의 지속적인 예후 관리를 유발하기 위해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라이프매니저 서비스의 목표”라며 “현재 현재 폐암, 위암, 대장암, 뇌신경질환에 대한 특화 앱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프매니저의 상용화에 대한 의료진의 기대 역시 크다. 조사 대상 의료진이 병원 의사결정권자라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겠느냐는 항목에서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서비스 이용료를 환자에게 부과한다면 월 평균 3만원(24%), 5만원(21%), 7만원(16%)의 순으로 적정하다고 답했다. 라이프매니저를 통한 퇴원 후 환자 관리는 병원 평가 기준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세계적 연구평가기관인 톰슨 로이터가 미국 100대 병원을 선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10개 평가항목 중 하나는 퇴원 후 사망률과 재입원률이다.

라이프시맨틱스측은 “라이프매니저의 상용화를 위한 의료기기 인증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건강보험 수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며 “암과 뇌신경질환 등 중증질환뿐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별 전용 앱을 출시하는 등 향후 전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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