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희롱?” 화난 환자…. 황당한 의사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환자가 열이 있다고 해서 손으로 만져 봤다면 성희롱에 해당 될까?’

동네 감기환자를 보던 의사 P씨는 이 같은 사례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의사가 열을 확인하는데 체온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쟀다는 이유에서 환자는 당혹감을 느꼈고 인터넷상에 사연을 썼다. 병원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급기야 성희롱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났다. 결국 환자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고 의사P씨는 성희롱의사라는 악명을 벗기 위해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의사는 분명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환자의 열을 확인했을 것이고 이 또한 하나의 라포 형성(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나타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 P씨의 사례는 사소한 행동이 화근이 돼 치명적인 주홍글씨로 작용한 경우이다.

의사 진료와 환자 오해의 간극

진료현장에서 의사는 환자의 병을 찾아내고 관리하기 위해 환자와 질문을 주고받고 환부상태를 눈으로 확인한다. 정확한 진단과 오진을 막기 위해 청진기로 듣고, 환부를 손으로 직접 만지는 등 병적 징후를 찾기 위해 인간이 가진 감각을 총 동원해 진료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체접촉은 불가피 할 것이며 주요 증상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고자 개인적인 질문을 환자에게 던지게 된다. 문제는 환자는 의사의 일부 진료 행위를 성희롱으로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자의 성희롱과 관련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된 환자 1000명중 118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 환자 10명중 1명꼴은 성희롱 경험이 있는 셈이다. 적지 않은 수치이다. 성희롱은 사회통념상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문제시 한다. 여기에는 지극히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의존해 판단하기에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은 충분히 성립된다.

환자와의 접촉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어디까지 조심해야 할지 그에 따른 경계가 조금은 모호한 게 사실이다. 단순히 몸매가 예쁘다는 칭찬도 어떤 면에선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로 성희롱으로 간주 된다. 하물며 환부 검사를 위해 옷을 들추는 행위도 사전에 환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성희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분한 사전 설명이 이행되어야

우리나라는 의사가 환자에 지시와 요청을 하고 환자는 이에 순응하는 진료 커뮤니케이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의 거북한 말과 불쾌한 행동에 불만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부정적 표현 자체가 의사에게 진료거부로 받아 들여져 치료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환자는 진료실 밖을 나오면서 알 수 없는 불쾌한 감정을 때문에 의사를 원망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진료과정 중에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고 불필요한 행동을 피하는 것이 성희롱의 가능성을 그나마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궁극적인 답은 아니다. 검사를 위한 불가피한 신체접촉이나 노출 그리고 성과 관련된 질문을 할 때 필요성에 대한 사전설명만 있어도 오해는 충분히 해소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예고된 진료행위는 환자에게 경계의 마음을 풀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고객으로서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진료과정 중에 불순한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행동이 성희롱으로 언급된다면 억울할 노릇이다. 최선의 진료임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발생되는 성희롱 역시 소통의 부재로 봐야 한다.

오해의 불러일으키는 언행은 없는지 평소 진료습관과 대화습관을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의사위주의 진료편의적 대화를 구사하고 있는지 또는 진료시간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양해 없이 진찰과 검사를 하는지도 말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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