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요, 됐어요”라니… 환자가 죄인인가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간혹 듣는 소리가 있다. “됐어요! 됐어요!”

그냥 “됐어요”가 아니다. “됐어요! 됐어요!”다. 환자들은 진료실 안이나 회진을 도는 입원실 안에서, 응급실 스테이션 앞에서, 원무과 수납창고 앞에서 가위로 종이를 자르듯 환자나 보호자의 말을 확 잘라 버리는 의료인과, 원무과 직원들의 “됐어요!” 타령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뭐가 됐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환자나 보호자는 안 됐으니까 계속 말을 하는 것인데 의료인과 원무과 직원들은 됐으니까 그만 “그 입 다물라”는 것이다.

암, 백혈병 등으로 투병중인 일명 “중증질환” 환자들은 병원에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벌게 해준다. 백혈병을 예로 들면 1년 치료비로 환자가 약 5천만 원, 건강보험공단이 1억 5천만 원 총 2억 원이 들어간다. 이는 모두 고스란히 병원의 매출이 된다.

어떤 사람이 백화점에 연간 2억 원의 매출을 올려준다면 그는 당연히 VIP 고객 대접을 받는다. VIP 전용 라운지도 사용할 수 있고, 매년 수백만 원 할인쿠폰도 증정 받고, 한 치의 불편함이나 불만도 없도록 전 직원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백화점 직원에게 “됐어요! 됐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고객이 백화점에 연간 2억 원의 매출을 올려주면 VIP회원으로 특별대접까지 받는데 환자는 왜 병원에 연간 2억 원의 매출을 올려줘도 “됐어요! 됐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이기 때문이다. 의료인과 원무과 직원에게 잘못 보였다가 혹시나 치료 상 불이익을 입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그 “두려움”이 환자들의 권리의식마저 족쇄로 채워버리는 것이다.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에 관해 환자나 보호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따라서 설명은 환자의 눈높이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도 못 나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나 나이 80세가 넘어 어제 했던 말을 오늘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어르신이더라도, 시골에만 살아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촌사람이더라도 이들이 궁금해서 또는 불만이 있어서 얘기하면 “됐어요! 됐어요! 됐어요!”라는 말로 끊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환자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도 해주면서 진지하게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고객은 왕’이라는 백화점 VIP 대접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병원에서 환자의 말이 “됐어요! 됐어요!”라는 잔인한 말로 잘려 나가는 그런 푸대접만큼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극히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과 원무과 직원들의 얘기이긴 하지만 의료현장에 분명 존재하는 장면이고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