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
최근 어느 식당 벽에서 발견한 금언(金言)이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보다 훨씬 가슴에 와 닿는다.

손님이 짜다고 할 때 식당주인의 반응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뉜다.
하급은 손님 앞에서 맛을 보고 "짜지 않다. 손님 입맛에 문제 있다"고 강변하는 형.
중급은 손님 앞에서 맛을 보고, 마뜩치 않더라도 음식을 바꿔준다.
상급은 정중히 사과부터 하고 고객에게 음식을 바꿔주면 될지 묻는다. 진짜 프로는 주방장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사과한다.

요즘 ‘MB 식당’의 주인은 상급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주방장은 고객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주방장이 짜게 만들었다는데 손님은 싱겁다고 한다. 싱겁게 만들면 고객은 짜다고 한다. 그런데도 주인장은 손님더러 주방장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한다.

필자는 홍수에 아들이 떠내려가는데도 지도자의 액자부터 먼저 챙기는 북녘 못지않게, ‘초딩’이나 ‘고딩’이나 일국의 수장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남쪽 역시 ‘비정상 사회’로 본다. 그런 욕을 보면 눈을 씻고 싶어진다. 하지만 요즘은 필자가 그 ‘욕 군단’에 합류할까 걱정이다.

며칠 동안 만난 사람들은 MB식당에 대해서 누구 하나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택시에서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걱정했더니, 운전기사는 "망했으면 좋겠다"고 대꾸했다. 그저께 만난 재산가들은 한결같이 ‘리만 브라더스’ 욕부터 했다. 리만브라더스는 이명박, 강만수를 가리키는 유행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만세를 불렀던 한 중소기업인은 "앞으로 4년 이상 기다려야 하니 죽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필자는 이런 우습지 않은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이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 가도록 만드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는 좌파 정권 뽑지 말도록 하자’는 우파의 음모에 따라 집권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우파 정권 맛보고 다시는…’이라는 좌파의 계략 덕분에 대선에서 이겼다.”

기업인들은 이 정부가 시장의 상식을 도외시해 세계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회복에도 뒤처지지 않나 걱정하고 있었다.
미국은 원래 무엇인가를 찾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경조증(輕躁症)의 모험가들이 도전과 극복을 통해 성장시킨 나라이므로 이 위기 역시 어떤 식으로든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를 극복할 동력이 없다. 건설업,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없다. 벤처기업, 중소기업의 숨통을 트이고 키우는 정책 없이는 성장과 실업문제를 풀 수 없다.

MB식당은 처음부터 ‘손님은 왕’이라고 말하면서 손님을 졸(卒)로 본 것은 아닐까.
고객은 제발 편가르기, 싸움 좀 그만하라고 식당을 맡겼더니 자기편끼리도 편을 가르고 스스로 입지를 좁혀버렸다. 촛불시위와 지난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여기에 대해 고객들이 "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반응은 모르쇠였다.

문제는 자기 식당에 있는데, 요즘 정국을 보면 장사가 안 된다고 전 주인과 주위 식당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듯하다. 고객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으니 독도 지킴이 ‘반크’의 예산을 삭감하는 엉뚱한 짓이나 하는 것이다. 제발 주인장과 주방장을 위한 식당에서 고객을 위한 식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 MB 식당은 하나 밖에 없는 구내식당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식당에서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는 글귀 밑에는 이런 말이 덧붙어 있었다. "100-1=99가 아니고 100-1=0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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