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컴백작 – 멋진하루












‘돈, 당신은 더 많은 돈을 받는 좋은 직업을 얻고 만족하지요.
돈, 그것은 허풍이며 약탈입니다
양손으로 돈을 약탈하고 숨겨두지요.
새 차와 캐비아, 그리고 백일몽이며, 승리를 사겠다고 생각하지요.
돈, 당신은 돌아갑니다. 난 만족합니다. 돈더미로부터 당신의 손을 지키세요.
돈, 그것은 성공이지요. 그러나 내게 달콤한 지폐는 주지 말아요.
난 1급 여행을 하고 있답니다.
돈, 그것은 죄악이에요. 할당 몫은 공평하게, 절대 나의 파이조각을 가져가면 안돼요.
돈,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지요, 그것은 모든 죄악의 뿌리라고‘


73년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발표해서 히트 시킨 ‘Money’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는 미니 자동차 미니 쿠페를 몰고 교통 혼잡 도시 이태리 베니스에서 은행털이를 시도하고 있는 마크 월버그, 샤를리즈 테론, 도날드 서덜랜드 주연의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2003)에서 중형차에 강탈한 돈을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에서 흘러 나와 청각을 자극 시켜 준 바 있다.

노랫말에서 ‘돈은 모든 죄악의 뿌리라고’ 말을 하지만 우리네 인생살이가 ‘돈’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젊어서야 ‘돈이 인생의 전부냐?’고 까불지만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돈이 바로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웃음기 가득한 영화배우가 추석 전에 자멸의 길을 선택한 것도 바로 ‘돈’이다.

‘난 밤낮없이 일하지요, 온갖 청구서나 세금을 내야 하니까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일해도 항상 난 쪼들려 이게 뭐야. 도대체 난 꿈같은 계획을 세우곤 해. 아주 부자를 만나서 일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어. 빈둥거리며 놀기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웨덴 그룹 아바도 돈에 얽힌 고충을 토로한 ‘money money money’를 불러 젖혔다.

<귀여운 여인>에서 뭇 남성들에게 웃음을 파는 거리의 여인(hooker) 줄리아 로버츠가 기업 사냥꾼 리차드 기어를 만나 팔자가 피는 과정을 보여 주었지만 대다수 남성도 재력 있는 여성을 만나 낮에는 골프장에서 선글라스를 매만지다가 저녁에는 고급 빌딩의 셔터 문을 닫는 하루 일과를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신데렐라 신드럼’은 남녀 모두가 갈망하는 ‘돈을 통한 신분 상승 심리’이다.

뇌물을 바치니 ‘죽었던 고래도 춤을 춘다!’는 속어가 ‘Money Talks’다.

흑인 까불이 배우 크리스 터커가 나온 동명 영화에서 이 속설을 입증 시켜 주고 있다.

디스코 여왕 도나 썸머도 1983년 6월 ‘돈을 위해 그녀는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있네’라는 가사의 ‘She Works Hard For The Money’를 노래했고 중년 얼짱가수 신디 로퍼도 이에 질세라 ‘돈이면 만사 OK’라는 ‘Money Changes Everything’를 발표해 팝 시장에 떠도는 돈을 긁어 모아갔다.

<밀양> 이후 노심초사 출연작을 골랐다는 전도연이 컴백작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멋진 하루>다.

닐 세다카의 노래처럼 ‘You’re my destiny’를 외치면서 열정을 나누었던 커플이 헤어진 지 1년 만에 재회한다.

짙은 다크서클을 하고 까탈스럽게 등장한 노처녀 희수(전도연).

그녀가 TV로 중계되는 경마 도박에 빠져 있는 병운(하정우)을 찾은 것은 커플 시절 빌려준 350만원을 되찾기 위해서.

제목은 <멋진 하루>였지만 희수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병운과 커넥션을 이루고 있는 온갖 여자들을 함께 찾아다녀야 하는 곤욕을 치른다.

대낮부터 빌딩 옥상에서 골프채를 휘둘러 대는 중소기업 여사장에게 100만원, 과외로 알게 된 여제자를 찾아가 10만원, 대학 서클 후배이자 지금은 유부녀인 여성, 초등학교 딸을 데리고 사는 이혼녀에게 몇 십만 원씩.

희수는 자신의 자가용을 몰고 병운이 핸드폰을 눌러 대면서 차용증을 써주는 대로 쫓아가 350만원을 푼돈으로 채워 하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기둥 얼개다.

‘너 그 여자들이랑 잤지?’.

‘아냐! 우리는 서로 어려울 때 진정으로 돕는 진실된 사이라구!’.

넉살꾼 병운의 이죽거림에 매몰찬 행동을 보이지만 희수는 하루해가 떨어질 무렵 온갖 다양한 부류의 여성들과 얽혀 있는 병운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너 결혼 왜 안했어. 펀드 매니저인가! 뭐 잘나가는 남자랑 결혼한다고 했었잖아?’

‘사업하다 실패해서 곤란을 겪으니 헤어지자고 하더라!, 난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헤어졌어!’

‘아 그래, 나도 사실 너랑 헤어지고 바로 결혼했었는데 사업을 말아 먹으니까 여자가 힘들어 하더라고, 그래서 쫑을 냈지, 너랑 헤어진 남자 처지에 왠지 같은 남자로서 동정을 느낀다.’

이혼녀에게 40만원을 받은 것이 으스름한 저녁.

희수는 혼자 애를 키우며 살아가는 이혼녀가 건네주는 40만원을 받을 수 없다고 돌려준다.

그녀와 실랑이를 하다 결국 공평하게 20만원씩 나눈다.

지하철 역 입구.
‘우리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 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녁이나 먹자!’
‘아냐 됐어!’
‘그래!, 아 참내 나도 저녁 약속이 있었네!. 그럼 잘 가!’

차를 몰고 떠나는 희수.
묘하게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병운이 사라진 지하철로 다시 U턴해서 돌아온 희수.
그때 지하철에서 나온 병운은 마땅한 거처가 없는 듯 봇짐 트렁크 2개를 들고 지하철 입구에 있는 시음 코너에서 음료를 얻어먹으며 예의 특기를 살려 아가씨들과 넉살을 떨고 있다.

60년대 프랑소와즈 트뤼포가 시도했다는 누벨바그 스타일처럼 화면 진행 템포가 느리다.

1초에 40프레임 이상이 돌아가는 현란하고 속사포 같은 CF 영상에 깃들여져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러닝 타임 123분의 독립 프러덕션 실험용 형식 영화다.

빌려준 돈을 통해 다시 인연의 끈을 맺고 싶은 희수의 갈망을 살짝 엿보여 준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이 저만치 떠나갔네!’라는 80년대 유행가 가사처럼 한때 7월의 태양만큼 뜨거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Past)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스름한 골목길에서 브래지어 끈을 뜯어내는 말초적인 로맨스에 젖어 있는 관객들 보다는 영상에 담겨 있는 2중적 코드를 풀어 보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독특한 멜로 영화다.

혹시 이성과 돈에 얽힌 추억의 한 자락을 갖고 있는 이들은 달콤하지만 차가운 아이스크림처럼 차분한 심정으로 혼자 극장 문을 두드려 보시길… 9월 25일, 12세 관람가.

 

추신
1. 대사 톤이나 행동이 어째 호스트 바 영화 <비스티보이즈>와 흡사하다. 하정우는 낮에는 <멋진 하루>를 밤에는 <비스티보이즈>를 찍었다고 실토한다.
두 탕을 뛴 하정우, 너무 잘나간다고 충무로 블루칩을 스스로 갈아 먹지 않았음 한다.
엿가락처럼 착착 달라붙는 능청스런 대사 빨.
여성 관객들이 남모르게 ‘어머!, 어머!’를 외칠 만큼 매력적이다.


2. 시사장을 나오는 계단. 젊은 여성이 ‘아!, 졸았어!’라고 봄의 길목에 남아 있는 잔설(殘雪)같은 하품을 마저 토해낸다.

3. 중반 무렵 나오는 달동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아지트 장면.
대낮부터 거나하게 전개되는 술 파티 장면과 일부 팀원이 2층 베란다에 앉아 햇빛 바라기를 하는 느릿한 장면. 핀란드의 괴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연출 템모를 연상 시키고 있다.
 
4. 하정우와 전도연의 의상을 유심히 보라!.
라스트 무렵 공항 로비에서의 첫 만남 장면의 1-2분 장면을 빼고는 같은 복장으로 진행된다. 돈 아낀 영화다. 40일 동안 촬영 기간에 몇 번 옷을 빨아 입었다고 하정우는 주장했다.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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