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1-1 강철중



강 감독이 3년을 준비했든, 아니면 5년만에 공개했든 상관없다. 아쉽다! 한국영화 흥행계를 대표한다는 감독도 127분 내내 헛발질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6월 3일자 A21면 <공공의 적 1-1> 각본 쓴 장 씨가 말하는 뒷얘기 기사 메인 제목이 ‘꼴통 강철중 엇박자 개그 기대하세요’다.

이건 아니지! <공공의 적>이 개그 콘서트인가? 사회 풍자극에 감초 격으로 삐딱한 대사가 들어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범죄와 싸우는 형사 이야기를 다룬  <공공의 적> 시리즈인 영화 <강철중>이 규율을 중시하는 조직에서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매버릭(maverick) 형사 강철중과 기업형 조폭을 운영하는 깡패 두목과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면 다소 심각한 사회 고발극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학업보다는 폼나는 건달 생활에 인생을 건 싹수가 노란 고등학생들을 모집해 훈련시키는 거성그룹 팀원이 소 도축장에서 회칼로 사람을 찔러 죽이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된다. 선혈과 날이 서걱서걱한 회칼이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친구>로 조폭영화 신드롬을 주도한 장본인 곽 씨를 위시해서 한국영화 감독들은 우선 뇌파 검사부터 받아야겠다. kormedi.com이 명의(名醫)를 주선하시라!

그들은 어려서부터 폭력에 찌든 ‘정신적 상흔(trauma)’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왜 그토록 회칼과 조폭에 예술 인생을 올인(All-In)하고 있는 걸까?

국내 영화산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고 있다. 보도자료를 훑어보니 가관이다. ‘ABOUT MOVIE’ 섹션 마지막 문구가 ‘강철중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올 여름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고 적혀 있다.

2008년 6월 한국의 정치,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산 광우병 혐의가 짙은 소고기를 먹고 미쳐 있는 이들이 영화판 도처에 깔려 있는 듯하다. 쌍욕과 패싸움, 꼬마 조폭들의 난투극이 난무하고 있는 영화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니!’ 정말 욕 나오게 만드네!

연극과 영화판에서 폼깨나 잡는다는 장 씨가 각본을 썼기 때문에 ‘형사 영화임에도 시종 웃으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여보슈!  <강철중>이 짐 캐리 주연의 <덤 앤 더머>나 <에이스 벤추라>인가?

사회의 악을 끝까지 소탕하겠다는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강철중. 그는 집을 구할 대출금을 은행에서도 마련할 수 없는  생활고에 찌들자 사직서를 쓰지만 조폭 양성소를 건설 기업을 가장해 꾸려 나가고 있는 이원술(정재영) 체포에 남은 경찰 인생을 건다.

자유분방한 경찰과 공권력의 생리를 읽고 있는 조폭 두목과의 대결은 어느 한 군데서도 웃음을 찾을 수 없다. 각본가 장 씨는 이런 엄숙함을 깨버리겠다고, 그러하지 않은 경찰영화는 무겁다는 관객들의 고정 관념에 옆구리를 찌르겠다고 유머를 삽입했지만 호탕한 웃음 대신 쓴웃음이 나온다.

몇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사직서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는 강철중을 데려오기 위해 엄 반장(강신일)이 그의 집을 찾아온다. 이에 강철중은 과일을 깎고 있는 모친에게 ‘엄마 경찰 불러!’라고 외친다. 웃으라는 코드 같은데 웬걸, 피식이다!

라스트 장면. 이원술 체포 작전에 나서자 위협을 느낀 그는 고등학생 꼬마 조폭을 시켜 강철중을 회칼로 찌르도록 교사한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수술을 마친 철중. 한강 둔치에서 최후의 주먹다짐을 하다 품안의 권총을 꺼내 이원술의 왼쪽 복부를 향해 쏜다. 총알이 상처만 내고 빗나가자 ‘아이구! 아파!’라고 신음을 낸다. 이에 고소하다는 듯이 강철중이 ‘내가 아픈 만큼 너도 당해봐라!’고 강변한다. 이게 장 씨 스타일의 유머 코드인가?

‘난 밥 먹을 때 잠잘 때 똥을 쌀 때도 너(이원술) 잡는 생각만 하거든.’ ‘까고 있네, 야 누가 혼자 다니면서 영장 들고 다니냐.’ (꼴통 강철중의 대사 중 일부)

조폭에 연루된 등장인물 모두의 얼굴 표정을 보라! 달빛 아래 공동묘지에 온 것 같은 섬뜩한 광기가 풍겨 나오고 있다. 깡패 무리를 잡겠다고 좌충우돌하는 또라이 형사와 이에 맞서는 조폭 무리들의 반격을 보고 온 가족이 극장에 모여 박수를 치라고?

6월 2일 오후 2시 25분 종로 3가 서울극장 시사장 무대에 오른 이 씨 성을 갖고 있는 영화 제작자는 ‘<강철중>이 한국영화의 불황을 타개할 야심작’이라고 떠벌린다.  참! 대단하다!. 당신들이 말론 브랜도의 <대부>를 만들었는 줄 아는가 보지?

지금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경찰 조직과 마피아단의 목숨 건 싸움을 다룬 조아퀸 피닉스, 마크 윌버그, 로버트 듀발 주연의 <위 오운 더 나잇>을 한번 보시라! 거의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강철중>은 <위 오운 더 나잇>의 긴박감과 드라마적 긴장감을 채 5%도 던져주지 못하고 있는 졸작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자처하고 있는 강 씨와 장 씨에게 묻고 싶다. 보도자료 문구처럼 이 영화가 개봉될 때 그대들의 자식과 부인을 데리고 극장에 앉아 팝콘을 먹으면서 웃음 지으며 관람할 것인가? 공부하기 싫으면 회칼을 들고 사람 찔러 죽이는 조폭 기업에서 교도소 출감 후 생계는 책임져 준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싶은가? 참 배포 큰 영화인들이네 그려!

공포물이 득세하는 6~8월 흥행가는 어느덧 태국산 공포영화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여름방학 시즌에는 <헐크> <님즈 아일랜드> <핸콕>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가족 영화 그리고 오우삼 감독의 야심작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과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 등이 협공을 시도할 채비를 끝냈다.

이 틈바구니에서 끝없는 불황의 나락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구원하겠다고 나선 ‘라이언 일병들’은 ‘조폭과 회칼’을 들고 설칠 준비를 완료했다. 강 씨 성을 갖고 있는 감독과 각본 장 씨+ 설경구, 정재영이 가담했으니 이 영화는 반드시 흥행될 것이라고 시사 당일 저녁 인사동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는 몇몇 영화인들의 행각을 떠올리니 모골이 송연하다. 승부는 이미 끝난 것 아닐까?

보도자료 문구 추가다. ‘영화가 촬영되는 중간에 경기도 평택에서 어린 중고생들을 데려다 조직원으로 키워왔던 어느 조직 폭력단이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접한 제작진은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영화를 완성해 어린 중고생들에게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는 후문이다’.

말은 좋다! 그렇다면 <강철중>은 ‘폭력의 잔혹성을 고발한 사회극’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럼 앞서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급한 ‘꼴통 강철중의 엇박자 개그를 기대하세요’는 무슨 말인가? 본인이 똥, 오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강 씨와 장 씨인가?  6월 19일부터 야심차게 배급을 맡았다는 CGV로 온 가족이 가서 관람한 뒤 격의 없는 리플을 달아 주시길!




1. 겉은 건설 회사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등학생 건달을 규합해 조직 깡패를 양성하고 있는 이원술. 그는 2, 3차례 강철중과 1:1 입심 대결을 하는 장면에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성 있는 깡패 두목이라는 의도? 그 표정 연기의 깊은 뜻을 잘 모르겠다!.

2. 첫 장면 도축장에서 자신의 용맹함을 증명하기 위해 회칼로 사람을 찔러 죽이는 고등학생 예비 조폭. 후에 그가 조폭에 관여한 것을 후회하자 대성그룹 팀장 문수(김남일)가 주동이 되어 고등학교 교내에서 그를 살해한다. 고등학교 교내에 깡패가 들어와 조폭에 관여한 학생을 죽인다? 참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있어야지? 어이상실 첫번째다.

3. 강철중이 고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와서 조폭에 연관된 애들이 서로 적대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두 패로 나누어 패싸움을 시킨다. 현직 형사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패싸움을 시킨다. 두번째 어이상실 장면이다. 이런 영화를 버젓이 교내에서 촬영하도록 허가한 교장, 교무주임, 학생주임은 ‘무비 프렌들리(Movie Friendly)인가?

4. 교내에서 죽음을 당한 고등학생의 사인(死因)을 알아본다는 이유로 시체 안치소에, 칼잡이로 유명세를 날렸지만 지금은 마음을 잡고 정육점을 하고 있는 용만(유해진)을 불러내 갈라진 배를 헤집으면서 칼을 맞고 죽은 과정을 설명한다. 꼴통 형사는 시신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훼손해도 되는 권리를 갖고 있는가?

5. 이원술의 살인 교사 혐의를 잡고 서서히 그를 압박해가는 강철중. 어느 날 이원술이 귀가하자 그의 집 주방에서 강철중이 밥을 먹고 있다. 형사가 깡패 두목 집 식탁에서 막무가내로 밥을 먹고 있다. 가당한 설정인가? 어이상실 세번째다.

6. 엄 반장(강신일)은 살해 용의자를 취조하는 방안에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용의자 앞에서 김 형사(김정학)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어이상실 네번째다. 트집을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만해야겠다!

7. ‘강철중은 내가 가장 잘 만들 줄 아는 영화로 올 여름 가장 신나고 통쾌한 재미를 보여주겠다’ – 감독의 연출론 중 일부다. 장하다!

기획에서 제작까지 15년이 걸렸다는 <벤허>. 시사 당일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객석에서 ‘오! 주여! 제가 정말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까?’라고 감격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강 감독은 <강철중>을 한국판 <벤허>로 알고 있는가 보다!

8. <싸움>에서도 미녀 김태희와 알콩달콩하면서 웃기려다 실패한 설경구. 이 영화에서도 어눌한 어투와 행동을 내세워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만 웬걸, 헛헛하다! 그의 연기는 <박하사탕>의 ‘나 돌아갈래!’가 최절정이었던 것 같다. 이제 그의 연기 내공도 김이 빠져간다는 느낌이다.

9. 앤서니 퀸의 우직한 연기가 돋보였던 <길>을 비롯해 <8 1/2> <펠리니의 로마> 등을 영화 애호가들에게 선사한 이탈리아 영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마틴 스콜세즈는 ‘펠리니는 죽지 않았다.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늘 살아 있는 것이다’는 최상의 추도사를 보냈다.
 
한국의 영화 감독들 가운데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흙을 뒤집어 쓸 때 이런 수식어를 들을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쉽게도 언뜻 떠오르는 감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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