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민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

[이성주의 건강편지]백성의 물고기

서해에서 민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


서해 바다에서 ‘욱, 욱’ 민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백성들이 즐겨 찾는다고 해서 민어(民魚)라는 이름이 붙은 물고기, 제주 남쪽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서해로 터전을 완전히 옮겼나 봅니다.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가 지은 책 ‘살랑살랑 서해바다 물고기’에 따르면 물고기는 말이 없는 듯, 울지도 않는 듯하지만 조기는 ‘구우, 구우’ 개구리 우는 소리를 내고 민어는 ‘욱, 욱’하고 운다고 합니다. 부레를 옴쭉옴쭉 움직여 ‘목 놓아’ 우는데 특히 산란기에는 뱃사람의 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소리가 커진다고 합니다.

민어는 장신(長身), 장수(長壽) 물고기입니다. 길이가 80~100㎝나 되고 물고기치고는 길게도 13년이나 산다고 합니다. ‘1등 여름 보양식’으로도 유명한 민어는 지금 무렵부터 맛이 살살 올라오지요.



예로부터 맛있는 음식을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렸는데 경상도에서는 간을 친 토막 상어고기인 ‘돔배기’가, 기호 지방에서는 갖은 양념을 뿌린 민어찜이 올라오지요.

중부지방에서는 찜을 많이 먹었지만, 호남에서는 회나 탕으로 즐겼습니다. 영양학적으로는 어린이의 성장발육을 촉진하고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다고 합니다. 특히 민어의 부레는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줘서 ‘특등 미용식’으로 꼽히지요.

민어는 검은 잿빛, 짙은 밤색의 물고기이지만 속살은 분홍빛이 서린 흰색입니다. 제대로 먹으려면 전남 신안군의 지도나 임자도, 목포 등 서해안의 전문식당을 찾는 것이 좋겠지만 요즘엔 서울에서도 산지 직송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민어를 맛보러 가야겠습니다. 연분홍빛 고깃살을 입에 넣고 쫀득쫀득한 감촉을 씹고 싶습니다. 기름소금장에 찍은 부레로 입 안 가득 고소함을 맛보고 싶습니다. 입을 즐겁고 포근하게 만들어 초여름 무력감을 이겨야겠습니다. 백성 민(民), 물고기 어(魚)를 씹으며, 입에서 살살 녹는 영양 덩어리를 맛보며….

민어가 몸에 좋은 이유 5가지

①맛이 담백한데다 소화흡수가 빨라 소화기능이 떨어진 노인 및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다.
②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 특히 좋다. 껍질과 함께 기름소금장에 찍어 먹는다. 참고로 조상은 부레로 풀을 쑤어 사용했다. “이 풀 저 풀 다 둘러도 민애 풀 따로 없네”라는 강강술래 메김소리나 “옷칠 간 데 민어 부레 간다”는 속담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말.
③민어에는 불포화지방산,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풍부해 탕, 전, 찜으로 먹어도 좋고 말려 먹어도 굴비 이상으로 좋다.
④한방에서는 개위(開胃)하고 하방광수(下膀胱水)한다고 했다. 개위는 ‘위장을 열어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 입맛을 당기게 한다’는 뜻, 하방광수는 ‘배뇨를 도와 준다’는 뜻이다.
⑤민어의 부레를 원료로 해서 구슬처럼 만든 아교주(阿膠珠)는 피로를 치유하고 몸이 이유 없이 허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기침, 코피를 다스린다고 알려져 왔다.

<참고; 국립수산과학원 ‘재미있고 유익한 수산물 이야기’>

오늘의 음악

오늘은 물고기와 관계있는 음악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미샤 마이스키 등 4명이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송어’, 루시드 폴의 ‘고등어’, 하트의 록음악‘Barracuda’가 이어집니다. Barracuda는 창꼬치라는 생선인데 여기에서는 ‘나쁜 놈’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 송어 4중주 [미샤 마이스키 외] [듣기]
♫ 고등어 [루시드 폴] [듣기]
♫ Barracuda [하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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