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 떠난 미국 최고의 문호

1849년 오늘(10월 7일)  ‘검은 고양이’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가 볼티모어의 한 병원에서 괴성을 지르고 횡설수설하다 갑자기 숨을 멈췄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에디는 더 이상 없다”는 단말마의 유언을 남기고.

그는 ‘어셔 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갈가마귀’ ‘애너벨 리’ 등 산문과 시를 오가며 숱한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애드가 앨런 포가 없었다면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애거서 크리스티와 같은 추리소설가도 말라르메 보들레르와 같은 시인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양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대학교 때 도박에 빠져 빚을 지고 중퇴했으며 생계를 위해 군에 입대했지만 상사에게 대들다가 쫓겨났습니다. 의붓아버지는 ‘말썽꾸러기 양아들’과 의절했고 포는 홀어미인 숙모와 생활했습니다.

당시 서양에서는 친척끼리의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때였지요. 포는 사촌인 13 살의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해서 소설과 시를 발표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버지니아도 결핵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결혼 10년 째 되던 해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죠.

포는 술에 절어 살았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몇 명의 여성에게 구혼했고 마침내 젊었을 때 애인인 사라 엘미라 로이스터에게 청혼해서 결혼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는 신나는 기분으로 뉴욕에 가기 위해 환승역이 있는 볼티모어 행 기차를 탔다가 실종됐습니다.

포는 6일 뒤인 10월 3일 볼티모어의 도로가에서 정신착란에 빠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찢어진 코트에 남의 것으로 보이는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인쇄업자가 그를 알아보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5일 만에 숨을 거뒀던 것입니다.

포의 친구이자 의사인 스노드그라스는 “폭음이 사인”으로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금주운동가였던 스노드그라스가 포를 이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친척들은 포가 알코올 중독으로 수치스럽게 죽었다고 해서 죽은 뒤에도 외면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4명만이 참석했습니다. 오로지 ‘상업지(Journal of Commerce)’에서 ‘우리는 그가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빈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니까’라는 부음기사를 썼고, 멀리 프랑스에서 말라르메가 ‘검은 재해(災害)의 벌판에 떨어진 조용한 운석(隕石)”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소네트(14행시)를 헌정했습니다.

포의 주치의였던 내과 의사 존 모란은 “폭음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의학자들은 뇌질환이나 당뇨병, 간장병, 매독 등 다른 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여러 의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니 포 역시 부모나 아내처럼 결핵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핵은 폐에 나타나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뇌, 척수, 뼈 등 신체의 모든 기관에서 발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핵은 사라진 병이 아닙니다. 매년 4만명의 환자가 생기고 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최근에는 결핵약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결핵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러께보다 16.6% 증가했다고 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숨진 지 100년 뒤인 1949년부터 매년 포의 생일인 1월 19일에는 그의 묘지에 한 남자가 상복을 입고 은이 장식된 지팡이를 짚고 와서 마르텔 꼬냑 반 병과 장미 세 송이를 놓고 갔습니다. 1998년 그가 숨진 뒤에는 그의 아들이 이 전통을 이었고요. 장미 세 송이는 포와 그의 어머니, 아내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포의 사인이 결핵이 확실하다면 세 명 모두 결핵의 희생양인 셈입니다.

결핵은 감기와 증세가 비슷해서 모르는 사이에 병을 키우기 십상입니다. 기침과 가래가 보름 이상 지속되면 보건소나 의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결핵으로 진단받으면 약을 제대로 복용해서 완치해야 합니다. 슈퍼결핵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결핵을 이길 결핵 상식

①BCG 예방접종을 받아도 결핵에 걸린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감염 위험이 줄어들고 어린이가 결핵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②한 번 걸렸다 완치돼도 또 걸릴 수 있다. 한 번 결핵을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는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늘 경계해야 한다.
③모든 결핵 환자가 주변에 전염시키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 시 아무런 증상 없이 X-레이에서 결핵이 발견됐다면 전염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증세가 있다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가 약을 복용한지 2~3주까지는 전염력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약 복용 2~3주 뒤부터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이때엔 성생활을 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④결핵은 식기나 수건 등으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전염된다.
⑤결핵 감염이 의심될 때 X-레이 촬영 결과 이상이 없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후 발병할 수 있다. 결핵 감염이 의심되면 2년까지 6개월마다 X-레이를 찍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 384호 편지 ‘박제가 된 천재’ 참조>

오늘의 음악

완연한 가을이네요. 오늘부터 10월말까지 매주 월, 목요일엔 대표적 가을 노래 ‘고엽’을 가수나 연주자별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원조’ 이브 몽땅의 목소리로 감상해보시죠. 제게는 젊었을 때의 노래보다 원숙한 나이의 노래가 더 멋지게 다가옵니다. ‘검은 고양이’의 작가의 기일을 맞아 고양이와 관련한 노래 두 곡도 준비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빈첸자 파스토렐리가 어린이 노래대회에서 부른 ‘검은 고양이 네로’와 뮤지컬 캣츠의 ‘Memory’가 이어집니다.

♫ 고엽 1 [이브 몽땅] [듣기]
♫ 고엽 2 [이브 몽땅] [듣기]
♫ 검은 고양이 네로 [빈첸자 파스토렐리] [듣기]
♫ Memory [캣츠]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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