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콩팥이 상하고 있답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콩팥과 완두콩

대한민국 콩팥이 상하고 있답니다

1969년 오늘(3월 25일)은 우리나라 의학사에 큰 획이 그어진 날입니다.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의 외과 이용각, 내과 전종휘 민병석, 비뇨기과 임수길, 마취과 정운혁, 임상병리과 이종무, 면역학의 기용숙 이종훈 교수 등 15명으로 이뤄진 의료진이 콩팥 이식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첫 장기이식이 성공한 날이죠. 

당시 미국 시카고에서 만성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교포가 고국에서도 콩팥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귀국, 명동에 있던 성모병원에 입원해서 어머니의 왼쪽 콩팥을 이식받은 것입니다.

수술의 성공은 현재 세계 정상급에 오른 이식 의학의 바탕이 됐고 신장학, 면역학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술진 가운데 민병석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하다 아웅산 폭탄테러 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고 이종무 정운혁 임수길 전종휘 교수 등도 의학사에 큰 자취를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수술을 주도했던 이용각 교수(사진)는 외과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다 은퇴해서 1999~2005년 한국심장재단 이사장으로 근무하며 심장병 환자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병원안팎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 전종휘 교수의 장남 전후근 교수는 미국 뉴욕대 의대에서 암 분야의 세계적인 명의로 이름을 떨치다 최근 ‘가톨릭암센터’의 소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콩팥은 콩 모양, 팥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평균 길이 11㎝의 장기입니다. 최근 완두콩이 콩팥 건강에 좋다는 논문이 발표됐는데 콩이 콩 모양의 장기 건강에 좋다니, 꽤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많은 사람이 콩팥을 인체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필터로만 알고 있지만 콩팥은 신체 내의 수분, 산염기,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고 각종 무기질의 농도를 일정하게 하며 뼈와 피의 성분 형성을 조절하는 등 인체의 ‘자동 환경 조절 시스템’ 역할을 합니다. 이 장기는 70~80%가 손상돼도 나머지 부분이 역할을 대신하므로 병이 악화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환자도 적었고 마땅한 치료법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콩팥 질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신장의 남아있는 기능이 10~15% 이하로 떨어져 인공적으로 피를 거르는 투석(透析)이나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80년대에 2,000여명이었지만 현재 5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콩팥질환은 네 단계로 대처해야 합니다. 첫째는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관리해서 예방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병의 초기 단계에 적절한 식이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입니다. 혈당과 혈압만 조절해도 병을 10년 이상 늦출 수 있습니다. 셋째,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심장병, 뇌중풍 등 치명적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투석, 이식 등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국내 콩팥 이식 성공 40돌인 오늘, 가족의 콩팥 건강에도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인체의 자동 환경 조절 시스템이 쌩쌩해야 여러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가슴에 꼭 새겨두시길! 

이럴 때 만성 콩팥병 의심해 보세요

아래에 해당하면 꼭 소변검사를 받아보세요. 당뇨병, 고혈압이나 가족력이 있으면 정상 소변검사보다 더 정확한 미세 알부민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①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 
②눈 주위나 손, 발이 붓는다.
③소변이 붉거나 탁하다.
④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긴다.
⑤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일이 잦다.
⑥소변 양이 줄어들거나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⑦쉽게 피로해진다.
⑧입맛이 없고 몸무게가 줄어든다.
⑨몸 전체가 가렵다.

(자료제공=대한신장학회)

오늘의 음악

1867년 오늘은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아르투르 토스카니니가 태어난 날입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가 모델로 삼았다는 토스카니니는 시력이 좋지 않아 악보를 통째로 외웠다고 하죠? 그를 위해 만들어진 NBC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 곡을 듣겠습니다.

♫ 운명의 힘 서곡 [베르디] [듣기]
♫ 운명 1악장 [베토벤] [듣기]
♫ 로엔그린 서곡 [바그너]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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