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록 밴드가 알코올에 무너졌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추락한 레드제플린

입력 2007.12.03 22:34 입력 2007.12.03 22:34수정 2018.10.04 14:25 조회수 328

최고의 록 밴드가 알코올에 무너졌다

1980년 오늘(12월 4일) 전설의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이 해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수많은 팝 그룹이 멤버 간의 불화 탓에 해체했지만, 레드 제플린은 반대 이유로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이름은 1차대전 때 영국을 괴롭힌, 독일의 페리디난도 폰 제플린 백작이 만든 폭격기에서 따왔습니다. 1968년 전설적 록밴드 야드버즈의 후신으로 만들어져 해체되기까지 9장의 앨범 모두를 빌보드 차트 10위권 안에 올렸습니다. 로버트 플랜트(보컬), 지미 페이지(기타), 존 폴 존스(베이스), 존 보냄(드럼)의 멤버 모두 《롤링 스톤》 등 팝 전문지의 분야별 랭킹에서 늘 1위를 지켰고요.

80년 이 비행선을 침몰시킨 것은 알코올이었습니다. 드러머 존 보냄은 공연 준비를 하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드카 30여 잔을 마셨고, 다음날 지미 페이지의 집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존 보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카마인 어피스, 코지 파월 등 세계 최고의 드러머들이 “레드 제플린의 비행을 멈출 수는 없다”며 빈 곳을 채우겠다고 나섰지만 남은 멤버들은 해체를 결정합니다. 그의 자리를 비운 채 운항을 할 수는 없다며.

이 그룹의 남은 멤버들은 다음주 존 보냄의 아들을 드러머로 앉혀 재결합 공연을 하는데, 최근 티켓 판매 웹사이트에 무려 2000만 명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한 자선 경매에서는 이 공연의 티켓 2장이 무려 1억56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알코올은 이처럼 록의 역사를 바꾸어버렸습니다. 특히 존 보냄이 마신 보드카는 아무리 취해도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의사들도 보드카에 만취한 사람을 알아채지 못해 오진을 하곤 합니다.

모주망태 중에는 간(肝)만 조심하면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술은 온갖 사고의 원인이며 만병을 일으킵니다. 술은 위, 식도, 췌장 등 소화기 뿐 아니라 뇌에도 타격을 가해 뇌졸중, 치매 등을 일으킵니다. 술 때문에 자주 필름이 끊기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술은 심장근육을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알코올심근증의 원인이며 발기부전의 주범입니다. 뼈를 갉아서 허벅지 뼈 위쪽을 썩게 만들고 골다공증, 통풍 등을 일으킵니다.

벌써 송년회 시즌에 들어가신 분 계실 것 같습니다.

40대 이상은 해마다 알코올분해효소가 줄어든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금씩 덜 마셔야 합니다.

대가(大家), 고수( 高手)일수록 고개를 숙이듯, 주력(酒歷)이 쌓일수록 술을 조심하는 법입니다. 술을 이기는 사람은 없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레드 제플린은 해체했다가 다시 결성할 수도 있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 송년회 시즌, 술 덜 마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