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리도 간질의 희생양이었다


나도 한때는 시인이고자 했었노라, ㅎㅎㅎ
굉장히 열심히 세수도 않고 다니고
때묻은 바바리 코우트의 깃을 세워 올리면서
봉두난발한 머리카락의 비듬을 자랑했거니
이미 내 등이 꺼꾸정하게 굽은 뒤에
형사 콜롬보가 기막힌 포옴으로 수입되었었노라
…(중략)…
때로는
끓어오르는 詩興(시흥)을 가누지 못하여
별로 인적이 뜸하지 않은 오솔길을
홀로 사색에 잠겨 비틀거리곤 했었노라
납작하니 짓밟힌 꽁초를 주워 피우면서
이소룡이처럼 절묘한 비명을 질러냈었노라
아카! 아카카카!

박남철의 ‘시인연습’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아카카카였든 요요~요욧이었든, 197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코드 이소룡이 73년 오늘(7월20일) 여배우 팅 페이의 집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이소룡의 본명은 이진번(李振藩). 홍콩이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습니다. 백일 무렵에 ‘금문녀’라는 영화에 여자 아기 역으로 출연했고 한 달 뒤 부모와 함께 홍콩으로 옵니다.

이소룡은 홍콩의 고교 복싱대회와 댄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만 싸움을 일삼다 부모의 엄명에 따라 시민권이 있는 미국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는 워싱턴주립 대 철학과에 입학했으며 그곳 의대생 린다 에머리와 결혼합니다. 이소룡은 미국에서 무술 스타로 이름을 날리다 홍콩으로 되돌아와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등의 영화에 출연해서 아시아의 문화코드를 만들죠. 이소룡 사후에 개봉된 ‘용쟁호투’는 세계적으로 ‘브루스 리 붐’을 일으킵니다.

이소룡의 사인에 대해서 복상사(腹上死), 암살설, 약물과민반응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최근 ‘돌발성 간질로 인한 급사’(SUDEP)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소룡은 이전에도 갑자기 쓰러져 CT까지 촬영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SUDEP는 그가 쓰러진지 22년 뒤인 1995년 의학계에 처음 알려졌으니까 그럴 만도 하네요.

간질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블랙 벨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무술인, 척 노리스와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반의 무술스승, 태권도 대부 이준구의 무술 동지인 영웅 브루스 리도 간질에 걸렸습니다. 이소룡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웬만한 간질은 쉽게 치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소룡도 요즘 활약했다면 오요욧~ 간질을 떨칠 수 있었을 텐데….

간질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간질은 유전병? ⇒ 유전되는 경우는 10%에 불과. 스트레스, 사고, 약물중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며 요즘은 원인불명도 많다.
○간질은 불치병? ⇒ 환자의 70~80%가 약물로 완치가 가능하며 심한 경우 수술로도 치료한다.
○간질환자는 약을 평생 복용? ⇒ 대부분 2~5년 약을 복용해 증세가 사라지면 서서히 끊으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간질은 희귀병? ⇒ 국내 환자가 30만 명이며 유병률도 2%나 된다. 일반인이 평생 간질 발작을 경험하는 경우가 9%에 이른다.
○간질에 걸리면 뇌기능이 저하? ⇒ 뇌에 과도한 전기적 흥분 상태가 나타날 뿐, 대부분의 간질 환자는 뇌기능이 정상이다.
○간질 환자는 사회적 활동을 못한다? ⇒ 빈센트 반 고흐, 알프레드 노벨, 나폴레옹, 소크라테스, 알렉산더 대왕, 도스토에프스키 등도 간질을 앓았다. 문제는 한국인의 편견. 간질은 직장생활에도 결혼생활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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