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아침형 인간으로 바꿔야 하나?

[이윤희의 스포츠건강]

우리는 흔히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또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곤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쯤 생활형태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형 인간은 1993년 일본 의사 사이쇼 히로기가 펴낸 동명 책 제목에서 유래했다. 사이쇼는 아침형 인간이 삶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호응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수 만 년 진화하면서 동이 트면 일어나 활동하고, 어두워지면 자기 때문에 아침형 인간이 자연스럽다고 거들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생물주기 신경과학자 러셀 포스터는 TED 강연에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차이라면 아침형 인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우쭐거리는 것뿐”이라고 반격했다.

삶의 성공이라는 관점에서는 포스터 박사의 견해가 옳아 보인다. 영국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니자와 교수 팀이 미국 청소년 2만74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저녁형’이 IQ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며 진화해온 결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대 심리학과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저녁형이 창의력, 귀납추리능력, 문제해결능력이 아침형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연구결과는 ‘저녁형’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편들 수 없을 정도로 ‘아침형’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연세대학교 의대 권유진, 이지원 교수 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이 중간이나 아침형 인간보다 심혈관계에 해로운 총콜레스테롤과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의 숫치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맥경화성 심장혈관 질환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19~81세 남녀 1,984명을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435명을 피험자로 하였고 각각 145명씩을 그룹으로 묶었다. 각 그룹간의 수면시간, 음주경력, 신체활동력,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병에 관계된 요인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앞서, 고려대 의대 김난희 교수팀이 2015년 47~59세 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경우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비만인 확률이 3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증에 걸릴 위험은 4배 컸다. 당뇨에 걸릴 가능성도 높았다. 여성 역시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2배 높았다.

일반적으로 일과 중 대사노폐물의 분해와 세포의 재생 등을 도와주는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은 오후10시~오전1시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때 피로를 말끔히 해소하고 노동으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며 다음 날을 위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어른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위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저녁형 사람들의 생활형태상 상대적으로 저녁식사의 시간대가 늦거나, 양이 많거나, 음주량도 비교적 많아서 소화기관이 할 일이 많고 늦어지는 것과도 일부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섭취된 영양소 중 잉여에너지나 지방이 높은 음식물을 운동에너지로 연소시키는 가능성이나 시간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아침형이 대체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세주 교수 팀의 2015년 연구에서 아침형 인간은 우울증과 조울증이 저녁형보다 적었으며 명랑하고 쾌활한 기질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영국, 호주 3개국 공동연구진의 2012년 연구에서도 저녁형이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증 등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형과 저녁형이 생활습관이나 직업 때문에 정해질 수도 있지만 유전적 요인도 있어서 무조건 옮기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외국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에 따라 근무형태를 달리했더니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지난달 영국 버밍엄 대와 호주 모내시 대 등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 2~3개월 ‘저녁형 인간’에게 △평소보다 2~3시간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잘 때 빛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평소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나고 아침 채광량을 최대한 늘리며 △근무일과 휴무일 모두 자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가능하면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도 일정한 시간에 하며 오후 7시 이후 저녁 식사는 자제하게끔 했더니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며 우울감, 스트레스, 낮 졸음 등이 존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저녁형 생활’에서 무조건 ‘아침형’으로 바꿔야 할까? 무리해서 아침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과학의 정설에 가깝다. 어떤 유형의 생활일지라도 규칙적으로 신체의 활동량을 증가시키고, 운동을 통해서 불필요한 잉여에너지를 연소시키면 지방의 축적도 막을 수 있다. 대사노폐물의 분해도 원활하게 진행되며, 더 나아가 혈관의 건강성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녁형 생활을 하면서도 규칙적 운동과 식사, 꿀잠으로 몸이 건강하다면 굳이 아침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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