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충고 “미움과 증오가 암을 부른다”

[사진=ESB Professional/shutterstock]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저를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였습니다. 그들이 저를 병들게 했다는 생각에 당장 달려가 요절을 내고 싶었지요. 암 환자가 된 후 스트레스의 무서움을 알았습니다. 미움과 증오야말로 암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더군요. 저보다 훨씬 힘든 다른 환우들을 보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유방암 3기 A 환자였던 김미연(가명, 50세) 씨는 암세포가 임파선까지 전이되면서 왼쪽 가슴을 절제해야 했다. 8년 동안 공들여 길렀던 긴 머리카락도 잃었다. 매번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던 수십 차례의 항암치료보다 참기 힘든 것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증오심이었다. 그럴 때마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해 주는 유방암 환우들을 보며 미움의 대상들을 머릿속에서 한 명씩 지워 나갔다.

–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의 주범이다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쉽다.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질환을 야기하고 암의 발생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기에는 초조, 근심 등 불안 증상이 나타나고 점차 우울감에 휩싸이게 된다. 개인이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흔한 화병도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특히 우리 몸의 위장, 심혈관, 근골격계 부위는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다. 병원의 내과 환자의 상당수가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두통, 속쓰림, 고혈압, 심근경색 등은 스트레스만 잘 관리해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 스트레스는 왜 암을 유발할까

오랫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몸속에서 종양이 자라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여기에 음주나 흡연 등 나쁜 스트레스 해소법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술(알코올)과 담배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과 등급이다. 그런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음주, 흡연을 동시에 하면서 탄 고기가 많은 직화구이를 즐기는 생활을 수십 년 동안 한다면 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전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암이 수십 년 동안 나쁜 생활습관이 쌓여서 생기는 환경적 요인이 크다.

–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왜 암 주위를 맴돌까?

암 환자들은 앞의 김 씨의 사례처럼 “누구 때문에 암 걸렸다”는 생각에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암 발병의 원인을 직장의 상사나 동료 등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안겼던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뒷담화나 음해로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던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이는 “왜 하필 내가 암환자가 됐을까?”라는 생각과 증폭되어 급기야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암 환자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바로 우울증이다. 정상인도 우울증에 걸리면 불면증, 의욕상실, 식욕부진 등 정신적, 신체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하물며 치료중인 암 환자에게는 회복을 가로막는 더욱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하루 빨리 우울감에서 탈출하는 게 중요하다.

– 암 환자의 후회 “이제야 느긋한 마음 유지해요”

전문가들은 우울감 예방과 치료를 위해 명상이나 복식호흡, 운동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특히 우울증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안용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위험하다는 신호”라면서 “우울증은 혼자 극복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암 환자인 김 씨는 “건강을 위해 타인과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암에 걸리고 난 후에야 타인을 미워하고 증오심을 품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서 경쟁에 따른 마찰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것이 자신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면 멀리 돌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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