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지면… 여기가 어디여? ‘뽕 맞은’ 뇌

 

정은지의 만약에(5)

게임을 그만하라는 잔소리에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아들, 의붓아들을 목욕탕에 가두고 굶어 죽게 했으면서도 모바일게임에는 수 천 만원을 쓴 계모.., 인륜을 망치는 게임중독일까요? 최근 게임에 빠진 일부 사람들의 악행으로 게임중독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게임 중독의 문턱을 밟고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급기야 정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질병코드를 만들어 게임 중독자를 의료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요. 찬반논쟁이 한창입니다. 개인의 의지로만 벗어나기 힘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해 돕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지지한다는 주장과, 게임 산업을 위협하는 규제라고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반발이 대치됩니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비난 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자체를 두고 중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탓하며 무작정 규제해서도 안 될 노릇이지요. 단순히 ‘오래 한다’가 ‘중독됐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분명 게임이 산업발전과 개인의 여가활동, 재활치료 분야에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 및 순기능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및 전문가의 손이 미치기 전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게임에 얼마나 빠져있는가 자각하고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중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겠죠.

과연, 시간상 얼마나 오래 해야 게임중독으로 볼 수 있을까요? 미국 비디오게임 중독 치료 정보기관에 따르면 ‘게임에 중독됐다’고 간주되는 시간은 일주일에 48시간 이상 몰두해 있을 경우입니다. ‘게임을 즐긴다’는 차원에서의 시간이 일주일에 최장 24시간 정도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은 시간을 게임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하루 평균으로 치면 7시간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보다 많은 시간을 게임에 빠져 있다하더라도 자신은 게임을 ‘즐기는 중’이지 중독됐다는 것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중독’으로 이끄는 게임의 요소들을 몇 가지 꼽을 수 있습니다. 가령 △높은 점수를 받아 등급상승 및 기록 깨기-상대와의 점수 경쟁 혹은 자신의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더 몰두하게 됩니다. △캐릭터 역할 놀이-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감정을 부여하게 됨으로써 쉽게 끊지 못합니다. △상상의 세계 발견과 몰입-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에서 싸움 전술 등을 새롭게 익히다보면 스릴감이 생겨 그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다른 게임 이용자들과의 유대관계 성립-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아이템을 주고받거니 점차 친해지면 현실에서와는 다른 유대감을 쌓게 됩니다. 주변사람들과 원만한 관계에 있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 친목 유대 관계에 더 관심을 쏟게 됩니다.

어떤 요소들에 의해서든 당신이 일주일 평균 24시간 이상 게임에 빠져 있다면 분명 이전에 없었던 일련의 증상들이 생겨나기 시작 했을 것입니다.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고 애써 무시하려 하기도 하며, 딱히 그 욕구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지요. 만약에! 당신이 지금 게임에 중독돼 있다면요, 생각보다 심각한 반응이 지금 당신의 뇌와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평상시에도 뇌가 비정상 활동을 합니다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의 뇌 상태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두드러진 현상은 게임을 하지 않는 평상시에도 뇌가 비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입니다. 판단력과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앞쪽 뇌인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정상적인 사고에서 멀어지게 되죠. 또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서 강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되고 계속 게임을 탐닉하게 됩니다. 영국 런던 해머스미스 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게임에 빠진 사람들의 도파민은 정상인에 비해 2배 이상 더 많이 분비됩니다. 점차 정상적 감각이 박탈되면서 밤 낮 시간 개념이나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릅니다. PC방과 같은 협소한 공간, 혼자만의 공간에서 줄곧 게임만 하다보면 현실감도 떨어집니다. 스트레스 뇌파가 늘어나 불안해하고 쉽게 흥분하며 참을성이 약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성격 변화로까지 이어집니다.

손목과 어깨가 저려옵니다

게임을 장시간 하다보면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신경과 혈관, 인대가 지나는 수근관이라는 통로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과도하게 손목을 사용하면 이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힘줄이 붓게 되죠. 결국 신경을 압박해 손목, 손가락이 저리거나 굳는 느낌이 들고 경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어깨와 등까지 그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머리가 지끈지끈, 편두통을 앓습니다

모니터 한 곳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 편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엔 구역질이 나기도 합니다. 또한 주변의 불빛과 게임 소음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편두통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지는데 고도로 집중하게 되면서 눈의 신경들 또한 긴장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수면방해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수면방해는 불면증, 기면증(발작성 수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중 특이행동을 보이는 사건수면 등 잠을 방해하는 모든 현상들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뇌에 과도한 자극이 일어남으로써 나타납니다. 게임에만 몰입하고 게임에 대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기도 하지요.

등과 허리에 무리가 생깁니다

게임으로 오랫동안 앉아 있다 보면 척추에 무리가 안갈 수가 없겠지요. 게임 중독으로 인해 나타나는 매우 일반적인 신체 증상입니다. 장시간동안 한 가지 자세로만 있다 보면 등의 움직임이 빳빳해지고 통증을 느끼게 되지요. 이후 심각한 만성 요통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식사도 불규칙, 소화장애가 있습니다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제때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먹더라도 아무 때나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게 다반사지요. 앉은 자리에서 먹고 다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반복하니 음식 소화시키는 일도 힘들어져 소화불량이 나타납니다.

씻기가 귀찮습니다

게임에 너무 푹 빠져 자신과 주위를 챙길 여유가 없지요. 개인위생이 불량해집니다. 샤워, 머리감기는 고사하고 얼굴 씻는 일도 빼먹고 게임에만 몰두해 있지는 않나요?

게임에 빠져들긴 쉽지만 빠져나오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이 중독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이후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게임을 단번에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며칠 안한다고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스스로 게임중독이란 것을 인지했다면 게임 시간을 10분, 30분, 1시간씩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그 다음 단계입니다.

게임하면서 보냈던 시간을 TV시청, 걷기, 음악듣기 등 다른 활동을 하면서 보냅니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 자신이 정해놓은 게임 시간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자기절제가 잘 되지 않아 더 악화된다 싶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늘도 쉽게 게임 한판의 유혹에 넘어간 당신, ‘즐기고 있는지’, ‘빠져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때입니다.

※이 기사는 분당서울대병원, 미국신경과학회, 미국 비디오게임중독 정보기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더선 등 ‘게임중독에 빠진 뇌와 몸의 반응’에 관한 분석자료 및 보도기사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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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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