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듯한 누드… 사랑도 현재 진행형

 

이재길의 누드여행(23)

해리 캘러한 – 본질과 본능에 대한 최고의 표현, 누드

사진은 때론 로맨티스트 예술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에드워드 웨스턴,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만 레이처럼 20세기 초중반 등장한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사진 속엔 그들의 연인 혹은 아내가 모델로 등장한다. 그들은 사진이란 언어를 통해 열렬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예술적 향기로 표현해온 것이다.

사랑의 감정과 애틋함은 많은 경우 여성의 누드로 투영되었다. 그만큼 누드에는 존재의 본질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해리 캘러한(1921~1999). 그는 누드를 통해 사진의 예술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캘러한은 1941년 풍경사진의 일인자인 안셀 아담스의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사진인생을 본격적으로 걷기로 다짐한다. 아담스의 영향으로 대상이 갖는 고유한 본질성에 관심을 가진 캘러한은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과 창의적 묘사로 내면세계를 재현했다. 캘러한의 사진 속 주체는 늘 ‘인간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가 말한 ‘대상이 갖는 고유한 본질성’이란 바로 인간존재의 내면이다.

내면세계를 향한 그의 작품철학은 누드사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캘러한의 누드사진 속 주인공은 그의 아내 엘리노어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그의 시선은 은밀하고 관능적이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듯 편안한 모습을 한 여인의 누드는 부드럽고 입체적인 동시에 환상적으로 성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정통 사진예술을 철저히 지향했던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그 시작은 바로 아내 엘리노어의 누드를 촬영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캘러한의 눈에 비친 여인의 누드는 완벽한 조형성을 가진 아름다움의 실체였기에 그만큼 폭넓고 과감하고 실험적인 사진표현으로 이어졌다.

누드는 캘러한을 변화시켰다. 그의 시각적 인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 독일의 바우하우스 운동(기계문명의 적극 도입한 기능주의 합리주의 예술운동)의 영향을 받은 그는 조형적 표현을 통해 누드의 예술성을 부각했다. 그는 말했다. “인생이 끝없는 탐험의 과정이듯 사진도 똑같은 탐구의 대상이다.”

그는 실험적인 사진표현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나가면서 사진을 ‘탐구’했다. 캘러한의 누드사진 속 다중노출방식이나 누드의 형태미를 강조한 프레임은 새로운 예술적 형태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누드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으며, 누드 자체의 조형적인 구성원리를 직관적으로 파악한 뒤 이를 다시 순수한 추상적 실체로 형상화했다. 캘러한의 사진 속 여인의 누드는 단지 섹슈얼리티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적 존재의 재현이었다.

캘러한의 사진에는 서정적인 감성과 에로티시즘의 강렬함이 공존한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보드라운 살결, 그리고 숨이 막혀버릴 것같은 굴곡진 몸의 선은 캘러한의 심장과 영혼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요한 시공간 속에 나체로 드러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캘러한의 정성스런 시선이 느껴진다. 또한 캘러한을 향해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하는 그녀의 작은 몸짓이 형언하기 힘든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때론 강렬한 명암으로, 때론 달콤한 시선으로 재현된 캘러한의 사진은 현재진행형인 둘만의 로맨틱한 이야기처럼 전해지는 것이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22) 큰 엉덩이, 넓은 골반… 여체 본질 가식 없이 표현

(21) 평범한 일상 속의 섬광 같은 섹슈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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