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쏟아지는 세밑… 공황장애 확산

대기업과 은행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희망퇴직자가 쏟아지면서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강제로 떠밀려 나간 사람이 태반이라고 한다. 일부 기업에선 오너의 경영실패를 애꿎은 종업원에게 돌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20대 명예퇴직자까지 나오는 실정이니 고용안정이라는 구호는 속빈강정이나 다름없다.

졸지에 거리로 나선 퇴직자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생 직장으로 알고 회사에 ‘충성’을 바쳐온 사람들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이럴 때 밀려오는 병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이다. 자신과는 관계없을 것 같던 정신건강 질환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오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까지 끊기도 한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가 오면 갑자기 가슴이 뛰어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손발이 저리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든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이 두려워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도 있다. 대인관계마저 단절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증 등 합병증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예퇴직자 가운데 “왜 하필 나인가…”라는 심한 울분감이 지속될 때 공황장애가 올 수 있다. 주위에서 인정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리던 사람들 중에 의외로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 늘 스포트라이트만 받다가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한 좌절감을 겪으면 공황장애가 심해진다.

공황장애의 원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요인과 더불어 뇌 기능 이상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많다. 세로토닌, 가바 등 신경전달물질이나 측두엽, 전전두엽 등 뇌 구조 이상으로 이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방치하면 우울증 등이 겹쳐 치료가 어렵게 된다. 공황장애가 의심되면 즉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엊그제 한 방송국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MC 김성주가 밝힌 수상소감이 화제다. 그는 “이상하게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경규 선배와 김구라, (정)형돈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까지도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도 예전에는 예능인들은 ‘놀면서 돈 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 스트레스 속에서 약까지 먹어가며 팬들을 웃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인기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상 자신을 비추던 조명이 어느 날 사라졌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기업의 퇴직자가 출근할 곳이 사라진 뒤 한동안 정신적 방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잦은 통화로 늘 따뜻했던 휴대폰이 차갑게 식어 있을 때 좌절감은 더욱 깊어진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심약한 사람한테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전문의 진단에 따라 항우울제 투여가 필요한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이다. 공황장애 환자에게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면 정말 무식한 사람이다. 승자독식의 우리 사회가 공황장애 환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절망감에 빠져있을 이웃을 보듬어 안아야 할 때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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