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가 닥터쇼핑-오진의 악순환 부른다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우리나라는 곳곳에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의료 접근성이 좋다. 언제 어디서라도 만원 한 장이면 감기 진료가 가능한 나라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3분 진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공공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싼 의료보험을 지불하는 미국의 경우, 의료의 접근성은 낮지만 진료를 받는 데 있어 15분에서 30분이라는 진료시간이 철저히 보장돼 있다. 하루에 환자 20명만 보더라도 충분히 의사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고 병원 유지가 가능하다. 고가의 의료보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저가 보험 정책으로 병원이 유지되기 위해서 의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 의사가 대기중인 환자들을 무시한 채 진료시간을 길게 잡는다면 의사와 환자, 서로에게 민폐가 된다. 이 때문에 의사는 짧은 시간 내 환자의 주요증상에 맞춰 질환을 확인하고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처방을 해 줘야 한다. ‘아’하면 ‘어’하고 알아듣고 명약을 찾아주는 그런 의사가 좋은 의사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항생제 처방이 빨라지고, 투약량도 많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새 의료서비스업이 속도전이 돼 가고 있다. 성격 급한 우리는 시간을 두고 고심하는 의사를 오히려 무능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속전속결의 진료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3분 진료-닥터 쇼핑-오진’의 악순환 이어져

인간의 몸은 변화무쌍하다. 똑같은 증상을 가지고 치료하더라도 어떤 환자는 병을 털고 일어나지만 어떤 환자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까지 이른다. 그래서 진료에 임하는 관찰자도 이를 표현하는 환자도 그 어떤 증상에 있어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성급한 진료분위기에선 오진가능성이 높다. 병을 일으키는 증상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없던 증상도 생겨나고 심했던 증상도 해소되는 듯하다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법적인 의미에서 오진이란 의사가 진단 당시 병을 잘 못 진단해 환자가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선 의학적 검사 외에 환자의 과거병력, 가족의 병력, 약물 이상반응, 생활습관, 생화학적 검사, 첨단영상촬영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또한 진단 뒤 앞으로 어떤 식의 주의관찰과 관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교육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처음 오진이 있더라도 정확한 병명을 찾아 진료 방향을 바꿔 바로 치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3분 안에 이와 같은 정보가 다 오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현재 증상에 초 집중하는 진료 관행이 몸에 익숙해 질 수 밖에 없다. 설령 기다리는 환자가 없어 다음 진료에 대한 압박이 없더라도 진료시간을 따로 늘리진 않는다.

의사의 여유-환자의 신뢰가 오진 줄인다

환자는 증상을 느끼고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 빠른 회복을 바란다. 그러나 경과관찰을 무시한 채 잘 낫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옮겨 다른 의사에게 똑같은 증상으로 진료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환자를 처음 진료했던 의사의 2차 계획이 무산된다. 약을 바꿀 수도 있고 검사를 추가 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 의사에게 질환에 집중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채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의 치료기회를 잃게 된다. 닥터쇼핑으로 병을 키우게 되는 셈이다. 오진은 의사의 부주의와 더불어 환자의 닥터쇼핑도 한 몫 한다. 병이 나면 빨리 치료받고 낫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오진을 피하기 위해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치료기회를 놓이는 것은 분명 환자에게 불리한 처사다.

오진을 줄이기 위해선 의사의 처방을 신뢰해 주는 환자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3분 진료로부터 위축된 환자의 마음을 달래는 의사의 노력도 앞서야 할 것이다. 요즘은 환자와 많은 대화를 하며 진료하는 의원들이 인기다. 대기실에 진료대기자가 많더라도 의료진의 설명이 자세하고 환자의 질문에 충실히 응할 수 있는 진료시간을 보장받는다면 환자는 긴 대기시간이라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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