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연서에서 보듯…남성, 女보다 감정 기복

일제강점기 때 천재시인이었던 이상의 시 ‘오감도’는 매우 난해하다. ‘당최 뭔 소리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들끓어 당시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다 중단될 정도였다. 평론가들은 그의 문학에 깃든 과잉된 자의식과 초현실주의적인 세계가 개인의 기질, 환경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암울한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내기도 했지만, 3살 때 부모를 떠나 큰아버지 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개인사가 정서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으리라 사료된다.

며칠 전 이상의 연애편지가 세간에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상대에게 차여서 쓴 편지로 읽히는데, 사랑의 상처가 남긴 슬픔과 상대에 대한 미련이 솔직하면서도 절절하게 담겼다. 연서는 자신의 작품처럼 난해하지 않고,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 한없이 점잖았다. 하지만 이 편지를 쓰는 내내 이상의 감정은 아마 롤러코스터를 탔을 것이다. 감정 변화에 따라 붉으락푸르락 안색도 변했을지 모른다. 물론 상상이다.

‘붉으락푸르락’은 감정에 따른 신체 변화를 잘 표현한 말이다. 사랑과 분노, 슬픔의 감정이 오가면 신체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정에 따라 제각각 다른 신체반응을 보이는 것은 만국공통이라는 해외연구결과가 있다. 올해 초 핀란드 과학자들이 밝힌 사실인데, 이들은 인종과 국적이 다른 참가자 700명을 상대로 실험해서 이른바 신체감정지도를 만들었다. 특정 감정에서 민감한 신체부위를 색깔로 구분할 수 있도록 컴퓨터로 촬영한 것이다. 평상시가 검정색이라면, 노란색은 감정의 고조, 파란색은 감정의 저조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사랑과 분노, 두려움을 느낄 때 가슴부분이 노랗게 나타났고, 특히 사랑을 느낄 때 노란색이 짙었다. 슬픔과 우울함을 느낄 때에는 다리와 발에서 파란색이 나타났다. 사랑과 분노는 사람을 격정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영국 서식스대학 연구는 더 흥미롭다. 이 연구결과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이라는 통설을 뒤집는다. 기혼남과 기혼녀 각 15명으로 구성된 30명을 대상으로 행복과 스릴, 훈훈함을 주제로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피부 전도성 자극을 통해 확인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배나 더 감정의 기복이 컸다. 하지만 남성들은 대부분 영상을 본 뒤 자신의 감정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인 이상이 편지를 보내며 연모했던 작가 최정희는 이상의 편지를 받으면 찢었다는 증언도 편지가 공개되면서 함께 나왔다고 한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감정적이라는 해외 연구에 왠지 모를 공감대가 생기는 것은 나뿐일까.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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